'분양가 10억→1.7억' 용인아파트, 어쩌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2.08.01 09:32

[머니위크]'반값 낙찰' 착시현상과 함정…"낙찰가율 맹신말고 현시세 따져봐야"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경매시장도 저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 가격하락의 우려 탓인지 유찰을 거듭한 끝에 반값 매물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에 따르면 경매시장에 반값 아파트는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P아파트는 감정가 5억원에 3회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2억5600만원으로 떨어졌는가 하면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D아파트는 감정가 5억4000만원에서 2억6460만원으로 낮아졌다.

6월에는 인천 송도와 영종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무더기 반값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영종신도시 아파트의 5월까지 평균 낙찰가율은 57.4%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반값 매물은 부동산 인기지역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양천구 신정동 J아파트는 7월 감정가의 55%인 5억5010만원에 낙찰됐고 8월 경매 예정인 용산구 한강로1가 Y아파트는 감정가의 절반부터 입찰을 시작하지만 유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심지어 강남 부동산의 주요축인 압구정동 H아파트까지 반값으로 입찰을 시작해 경매 참여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값 경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얼어붙은 경매시장이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경매시장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1. 낙찰가율 맹신 말라

경매시장은 흔히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입찰자 개개인의 부동산가치에 대한 미래 평가가 입찰금액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관측하는 경매 참여자가 많다면 낙찰가가 높아지게 되고, 가격 하락을 예측하는 이가 많다면 입찰 자체를 포기하거나 보수적인 입찰금액을 써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년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의 140㎡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115%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인 2008년에는 87%까지 하락했다. 시기에 따른 시장 참여자의 심리가 낙찰가율로 드러나는 셈이다.

때문에 낙찰가율이 입찰가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더라도 '반값'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내재가치가 포함되지 않은 반값은 시장에서 체감하는 반값과 분명 괴리가 있다. 낙찰가율이 낮을수록 시장은 해당물건의 미래 평가가 낮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입찰에 임해야 한다.

최초 감정일과 경매 진행일과의 시차도 고려해야 한다. 유찰이 계속될수록 감정가는 실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대체로 감정평가액은 경매기일 3~6개월 전에 결정된다. 만약 유찰이 반복된 물건이라면 최초 감정일과 시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정가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 거래내용을 확인하고 최근 거래가 없다면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감정평가시기와 현시점의 매매시세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감정가액의 과대 여부를 판단한 후 입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2. 반값? 유치권부터 확인하라

올 들어 감정가 대비 절반에 육박하는 경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유치권이다.


일례로 분양 당시 가격이 10억원이었던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성원쌍떼레이크뷰 아파트는 올해 초 경매 최저가 1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달 전 같은 면적 아파트의 낙찰가격은 4억8200만원이었으나 한달 뒤 2억1800만원까지 떨어진 데 이어 1억원대까지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40여건에 이르는 유치권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유치권은 해당 사건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나 별도의 재판이 없는 한 채권의 진위 여부나 정확한 정산금액을 가려내기 어렵다. 입찰 최저가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경매 초보자의 세심한 판단이 요구되는 물건이다.

그렇다고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을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 유치권 전문변호사인 노인수씨가 쓴 <유치권 진짜 가짜 판별법>에는 실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의 80~90%가 허위 유치권자거나 유치권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허위 유치권을 밝혀내는 방법은 다소 전문적이어서 일반인이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매전문가를 대동하거나 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노 변호사는 책을 통해 "민법 320조의 6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거짓임을 밝혀냈다면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한다. 민법 230조의 6가지 항목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고 ▲이 규정은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남 아파트 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사진_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3. 자금 계획 철저히 세워라

낙찰 자금 조달을 하지 않은 채 반값이라고 덜컥 입찰에 참여했다가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상황도 주의해야 한다. 경매는 특성상 입찰 시 입찰최저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고 낙찰이 되면 약 45일 이내에 잔금을 내야 한다. 특별한 사유 없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낙찰을 포기하는 이유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의외로 경매시장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빈번하다. 금융권이 대출을 거부하거나 한도를 줄여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자신의 대출한도를 잘못 파악해 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심지어 숫자 '0'을 하나 더 적어 입찰금액의 단위수를 바꿔버리는 어이없는 일도 간혹 발생한다.

최근 주택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자금계획이 엉망이 되는 사례도 있다. 잔금을 내는 시점에 더 싼 매물이 출현해 차라리 보증금을 포기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살던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으나 갑자기 주택 매수자의 변심으로 집이 안 팔리는 경우, 전세기간 만료시점에 맞춰 낙찰을 받았지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경우 등 부동산가격이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낙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때문에 입찰 전 자금계획을 명확히 세우고 더 안전한 낙찰을 원한다면 미리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매로 구입한 집을 담보로 하는 경락잔금대출도 고려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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