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외식업체는 공정위도 언터처블?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2.07.26 15:56

"만만한게 토종이냐.." 업계 상대적 박탈감 커, 역차별 불만

"안하무인격인 외국계 브랜드에는 관대한데, 왜 국내 업체들만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국내 식품업계 대표)

국내 외식·식음료 업계에서 외국계 브랜드와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물가 관리나 골목 상권 보호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외국계 업체들에는 느슨한 기준을 들이대는 반면, 오히려 국내 업체에는 너무 엄격하다는 볼 멘 목소리다.

최근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피자헛이다. 피자헛은 이른바 '메이저 빅3 피자' 브랜드로 통하지만 미스터피자·도미노피자와는 달리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기준 대상에서 빠졌다.

영업점 간 거리 제한(1500m)을 두고 가맹본부가 매장 리뉴얼 비용의 20~40%를 지원하는 게 골자인데, 도미노피자는 배달 전문이어서 응했지만 피자헛은 "3년간 적자를 보고 있고 직영점 비율이 높다"며 공정위에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공정위는 "모범거래기준은 강제성이 없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국내 업체였다면 (공정위 영향력 때문에) 거부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일"이라는 뒷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모범거래기준을 정한 업종은 피자 외에 제빵(파리바게뜨·뚜레쥬르)과 치킨(BBQ·BHC·교촌치킨·페리카나·또래오래) 등으로 국내 토종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국내 브랜드들이 규제로 손발이 묶인 사이 외국 프랜차이즈는 날로 확장세다. 맥도날드는 가맹점 수를 2015년까지 2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며, 아웃백스테이크도 앞으로 5년 내에 국내 매장 수를 50개 더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본계 수제버거 '모스버거', 미국계 수제버거 '인앤아웃', 미국계 치킨 '텍사스 치킨' 등의 국내 상륙도 속속 잇따르고 있다.


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면서 "우리도 해외로 나가야지 어쩔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외국계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상실감을 더 크게 하고 있다. 미국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5월 아메리카노·카페라떼 등 32종의 가격을 300원씩 기습 인상했다.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7월 "당분간 인상은 없다"고 공표한 지 1년도 안돼서의 일이다.

당시 논란이 일자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인상 타당성 여부에 대한 조사 방침을 시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2년간 국내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정부의 견제로 좌초된 사례는 숱하다. 인상을 하더라도 극심한 눈치를 봐야했는데 이에 반해 외국계 업체들은 이에 아랑곳 안하고 '과감히' 가격을 올려왔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두 차례나 인상했고, 버거킹과 맥도날드도 각각 지난해 말과 올 초 주요 제품에 가격을 올렸다.

반면 국내 일부 식품업계는 그간 누적된 원가압력을 견디다 못해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려 했다가 당국의 눈치에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대선 정국과 맞물려 하반기 국내 업체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강한 제재가 이뤄지면 사기와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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