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확충 1.2조 지원‥'공급과잉' 우려 없을까

머니투데이 박창욱,이지혜 기자 | 2012.07.24 19:45

문화부 '숙박산업 활성화' 대책..업계 "업황 낙관 못해, 인력·시스템 정책 뒤따라야"

호텔·여행업계에서는 2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호텔 용적률 완화 및 1조2000억원 신·증축 자금 지원 등을 통해 2015년까지 호텔 객실 총 3만 8000실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외래 관광객 증가 전망으로 인한 과잉투자 가능성과 함께 규제완화 정책이 호텔업 노하우가 있고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과잉투자 가능성 논란=문화부에서는 외래 관광객이 지난해 말 980만명에서 2015년 1500여 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 따른 객실 공급과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남찬우 문화부 관광진흥과 사무관은 "이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전 6개월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며 "공급과잉 가능성을 논하는 목소리에는 새로 나타날 호텔 사업자에 대해 기존 업체들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에선 다양한 변수가 많은 관광산업의 특성상 수요에 비해 과잉 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호텔이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호텔업을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2~3년 내에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호텔예약 대행 서비스를 하는 호텔패스의 이병혁 대표이사는 "정부의 목표대로 매년 100만명 이상씩, 2015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1500만명까지 늘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도 규제와 지원자금이 확 풀리면 2014년부터는 현재 상황과 반대로 객실 공급과잉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이들이 중국의 소비 증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저가 단체관광상품 위주로 입국하는 중국인들이 시내의 비싼 호텔에 오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관광정책 자문에도 참여하는 한 관광전문가는 "수요·공급 구조가 깨져있을 때는 어느 호텔이나 다 판매가 됐는데, 이제 점차 시장이 다시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이에 따라 2015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4성급보다는 3성급 위주로 비즈니스 호텔을 강화해야 하는데 모두들 큰 것만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규제완화 결국 대기업만 혜택?=한편에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호텔산업의 특성상, 규제완화에 따라 개별 투자가들보다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호텔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국인 대상 호텔 예약 판매업체인 호텔엔조이의 강경원 대표는 "대기업들이 호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규제가 풀린 덕에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업 규제가 풀리면서 투자자가 많이 나타나겠으나, 3~5년마다 리노베이션(내부 수리)을 해야 하는데다 전문적 노하우도 필요해 아무나 쉽게 뛰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롯데호텔이 4성급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신라호텔에서도 위탁운영 방식으로 ‘신라스테이’라는 4성급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조선호텔도 비즈니스 호텔 부지를 물색 중이며 아코르앰배서더 그룹도 중가 비즈니스 호텔 확장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 대형호텔 관계자는 "호텔은 짓는다고만 해서 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고차원적이고 숙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코르앰배서더 그룹 측도 "호텔 분야는 장치산업에 속하여 상대적으로 투자비가 많이 소요돼 외부요인에 의해 수익성 변동이 큰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관광호텔로서 적절한 입지와 적합한 브랜드, 운영자 선정이 전제돼야 성공적으로 호텔투자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텔은 운영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신중한 접근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설 확충보단 시스템과 인력이 중요=관광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숙박시설 확충에만 머물러선 안 되며, 전문 인력 확보와 서비스 교육에 보다 세부 방안이 곧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학과 교수는 "신규공급 인력은 많지만 연봉이 낮아 타 산업에 비해 경쟁력 있는 인력이 호텔에 잘 오려 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경력과 전문성이 쌓인 40대 인력을 정착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관광 전문가는 "우리나라 호텔은 판매네트워크 구축 등 마케팅에서나 IT 인프라 구축에서 외국이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소형호텔을 대상으로 관광공사가 진행 중인 호텔 체인사업인 '베네키아'에 대해서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가맹 호텔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해야 작은 호텔업자들이 도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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