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는 '주상복합', 주거환경은 '아파트'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2.07.27 06:15
"비싸게 팔아먹고 입 닫으면 그만이냐."

인천 연수구 송도동 A주상복합아파트 상단부에 걸린 플래카드다. 시공사에 대한 입주민들의 강한 불만의 표시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렇듯 분노를 표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입주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상가분양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당초 주상복합아파트의 편의성을 기대하고 분양받았던 입주민들로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주민 B씨는 "이렇게 상가가 텅 비었는데 무슨 주상복합아파트냐"며 "일반아파트와 다를 게 없는데 그래도 주상복합아파트라고 관리비는 비싸니 두 배로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상가 빠진 '무늬만 주상복합아파트' 곳곳에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상복합아파트이지만 상가가 없는 '무늬만 주상(住商)복합아파트'가 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혼합된 건물이지만 주택경기 침체로 상가 분양이 미뤄지거나 미분양이 발생해 상업시설이 빠진 반쪽자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인천 송도 A주상복합아파트는 공급업체가 상가 분양을 미루고 있는 경우다. 주변 몇 곳의 주상복합들이 아직까지 1차분의 상가 분양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로 계약자를 모집할 경우 공급 부담에 따른 공실 발생 우려가 있어서다. 인근 C아파트 상가 역시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1층 상가가 절반 가까이 비어있다.


서울에서도 상가없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쉽게 눈에 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W아파트의 경우 2008년 8월 입주했지만 현재까지도 이마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가가 비어 있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 H아파트 역시 입주가 끝나고 1년이 지났지만 많은 상가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주상복합 상가 공실 유독 많은 이유는?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늬만 주상복합'이 늘어난 이유로 고분양가와 '먹상가'(1층 대로변과 접하지 않은 내부상가)를 들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주상복합을 공급할 때 주거공간대 상업공간의 비율을 7대3으로 맞춰야 한다는 규제가 있어 상가가 과잉 공급된 측면이 있다"며 "주상복합 상가의 경우 보행자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먹상가'도 많아 1층 전면부만 분양이 되고 다른 곳은 분양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분양가도 주상복합 상가 공실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고급화를 콘셉트로 내세우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상가도 고분양가에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자연스럽게 월 임대료도 높아지는데 편의점·문구점·세탁소 같은 근린상가를 운영해선 이 임대료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아파트 상가보다 전용률이 떨어지고 수요가 한정적인데다, 몰링형 상가가 많다는 점도 주상복합아파트 상가의 단점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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