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품격' 높이니 '평생 직장'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7.25 10:17

[머니위크 커버]판타스틱 '신의 직장'/ 이직률 낮은 기업, 비결은?

직원 1인당 평균 1374만~1951만원.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 한명이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길 때마다 회사측에서 입는 손해규모라고 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2010∼2011년에 조사한 결과다.

또 이직률이 높은 회사는 구직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구직사이트에 구인정보가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에 대한 평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직률 3%. 지난해 평균 이직률 17.8%와 비교한다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직원들로 하여금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기업의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이직률 3% 미만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통해 그 비결을 살펴봤다.


사진_류승희 기자

◆현장직에서 임원까지 '차별 없는 승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한국 10대 최고의 직장' 선정 ▲2011년 '한국 10대 최고의 직장' 중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특별상 수상 ▲2012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2012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6위'에 선정.

이처럼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기업은 2009년(2.94%) 이후 꾸준히 낮은 이직률을 유지하고 있는 항공특송회사 페덱스코리아다.

페덱스코리아가 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사람'이다. 'P-S-P(People-Service-Profit)', 수익이나 서비스보다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채은미 대표가 말단 직원은 물론 14개 지방 사무실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는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페덱스코리아 관계자는 "무엇보다 학력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철저하게 업무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승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한다. GFT(Guaranteed Fair Treatment) 프로그램을 통해 나이·성별·인종·학력 등에 차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페덱스코리아 전체 매니저 중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승진한 사례는 90%나 된다. 페덱스코리아 지상운영팀의 경우 부장급 이상의 임원 중 40%가 현장직인 쿠리어에서 시작한 경우다.
 
◆중소기업 평균이직률의 9분의 1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 이직률(18%)이 대기업(10.9%)보다 2배 가까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산업·식품용 포장재와 드럼·부탄가스 등을 생산하는 원정제관 역시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이곳의 이직률은 지난 10년간 3% 미만을 기록했다.

그 비결을 엿보게 하는 송성근 대표의 일화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부하직원과 가진 술자리에서 "회사 직원 모두 중상층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며 취중고백을 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가 원정제관을 작지만 매력적인 일터로 만든 것이다.

원정제관은 20개가 넘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 저리 대출지원, 자녀 학자금 지원, 중증질환 가족 치료비 지원, 리프레시 휴가, 금연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추진하기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 재단을 설립, 투명한 재단 경영을 약속하는 등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쿠팡의 돌잔치

 
◆'행복한 직원'이 회사를 키운다

처음에는 '뭐든지 될 것 같은' 열정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불안한 미래가 발목을 잡는다. 벤처업체들의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쿠팡은 설립한지 겨우 2년째가 된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그 사이 직원들은 700명 규모로 늘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언제 쿠팡에 합류했든 지금까지 쿠팡을 떠난 직원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쿠팡 관계자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그래야 회사도 클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경영철학이다"며 "쿠팡은 전체직원의 98%가 정규직인데, 이 역시 행복한 직원들을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침 출근길에 경영진이 회사 입구에서 직원들을 맞이하는 '굿모닝 쿠팡', 한달에 3명씩 얼굴을 모르는 다른 부서 직원들과 점심식사 자리를 갖는 '메이크 프렌즈', 입사 1주년을 맞은 임직원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는 '쿠팡 돌잔치', 그리고 평소 고마웠던 직원을 칭찬하는 '칭찬 릴레이' 등이 쿠팡의 기업문화를 이끄는 제도들이다.

이처럼 직원들 간 소통을 넓히는 다양한 제도 외에도 각 본부별로 대표이사와 말단직원이 마주 앉아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CC day'와 선후배간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멘토-멘티 제도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쿠팡 조직문화리더 6인

쿠팡 조직리더 4인의 수다
"대기업 마다했지만 지금이 더 행복해요"

지난 7월18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쿠팡 휴게실이 왁자지껄하다. 칭찬릴레이, 쿠팡돌잔치 등 깨알 같은 쿠팡의 기업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조직리더 4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은혜씨, 김다혜씨, 함경범씨, 최보미씨의 수다를 엿들었다.

최보미씨는 "예전 직장은 이미 주력으로 삼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개발이 다 완료되고 그저 관리만 하면 되는 단계였다"며 "외부적인 조건으로는 대기업이니 더 좋을 수 있었지만 내가 일한 만큼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으니 금방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가 지금의 회사에 만족하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자신이 일한 만큼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 돌아오고, 끊임없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단다.

쿠팡의 창립멤버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경범씨는 '같이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뜻 이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든 이를 바로 시행하는 단계까지 그야말로 뚝닥이다"며 "내 아이디어가 진짜로 플랫폼 등 회사 운영에 적용되는 걸 보면서 더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다혜씨는 "전에도 벤처에서 일했는데 야근이 많은 건 매한가지지만 사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고 운을 뗐다. 예전 직장은 매일 야근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피드백이 오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를 만날 시간조차 없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회사에서 메이크 프렌즈 같은 여러 제도를 통해 꼭 우리 팀이 아니어도 회사 내에서 친구를 만들고 쉽게 속풀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팀 사람들이 내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아주고, 그들 역시 나만큼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회사조직원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은혜씨는 "여러 회사에서 근무해 봤지만 '내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는 직장'은 몇 안 되는 것 같다"고 정리한다. 그는 "예전 직장에서는 규모가 크기도 했지만 '나 하나 없어도 회사 굴러가는데 문제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여기서는 내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동료들이 먼저 인정해주는 느낌이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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