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5000만→0원' 대치동학원가 무슨일?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박진영 기자 | 2012.07.13 14:21

"커피전문점과 극소수 학원만 남아"… 학원생 '뚝↓' 권리금·임대료 추락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하고 극소수의 학원만 살아남았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이곳에서 17년째 상가 임대를 중개해왔다는 A씨는 대치동 학원가의 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학원 10개가 개업하면 그 중 7개는 몇 개월 안돼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 때 5000만원 수준(전용100㎡기준)이던 학원용 상가 권리금도 이젠 '0'원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보통 권리금은 시설권리금(학원 인테리어 등에 소요되는 비용)과 바닥권리금(자리값)의 합으로 산정된다"며 "망한 학원장들이 바닥권리금은 물론, 1000만원 수준의 시설 권리금도 포기하고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증금의 2%수준이던 월 임대료도 지난해 겨울 이후 0.5%포인트 떨어진 1.5% 수준으로 조정됐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의 설명. 즉, 종전 보증금 1억원에 월 200만원을 받았던 상가를 이제는 보증금 1억원에 월 150만원을 받고 임대한다는 뜻이다.

물수능 여파로 학원생이 줄어 월세 내기를 버거워하는 학원장들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심지어 임대계약기간 중에도 월세를 10% 내려주는 경우까지 있다"며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공실이 거의 없었지만 지난 겨울 이후에는 공실률이 3∼4%로 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다.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학원 강사, 학생 수요가 탄탄해 커피 전문점만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실제 대치동 학원가 상가 1층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 지역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치동 학원가 상권이 추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지난해 수능을 꼽는다. '물수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능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내신등급이라도 잘 받기 위해 대치동을 떠나는 학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 어학원은 비교적 상황이 나은 반면, 대입 입시학원은 줄줄이 문을 닫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5월 강남(1그룹) 학원비를 1분에 △보습학원 238원 미만 △외국어학원 262원 미만으로 책정토록 발표하면서 대치동 학원가 상권은 앞으로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곳 학원상가 월 임대료가 아무리 떨어졌어도 한 달에 최소 300만원은 월세로 지급해야 했는데 (정부가 책정한 수강료로는) 아마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도 상권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은 '소(小)치동'으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도 다르지 않다. 학원생 감소로 권리금이 없어지고 공실이 늘어난 것.

은행사거리에 위치한 D중개업소 관계자는 "학원생이 줄어 수익은 안 나는데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춰주지 않으니 학원장들이 권리금을 포기하고라도 학원을 빼거나 쉬게 됐다"며 "요즘 은행사거리 빌딩마다 공실이 1∼2개씩 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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