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 앞둔 커피전문점 "나 떨고있니?"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7.18 10:58

[머니위크]커피값 잡는 '공정위 칼'에 휘둘리나

업계, 가격정책 등 후폭풍 우려… 공정위 "정확한 정보제공 중점"
 
총 232억6900잔. 지난해 국내 커피전문점에서 소비한 커피량이다. 15세 이상 4200만명이 1인당 연간 554잔을 소비한 셈이다. 여유시간에 커피전문점을 습관처럼 찾는 현대인들의 요즘 취향을 방증하는 수치다. 하지만 고가의 브랜드 커피 판매량이 늘면서 소비자 사이에선 품질 대비 가격이 적정한지를 놓고 적잖은 의문이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급성장한 '커피전문점'을 한국소비자원이 K-컨슈머리포트의 다음 타깃으로 지목했다.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7월 중으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과 건전지의 품질 비교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커피 관련업체들은 본격적인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첫 K-컨슈머리포트가 발표된 이후 등산화부터 젖병까지 각 품목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K-컨슈머리포트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잔뜩 움츠린 커피전문점들의 속사정을 짚어봤다.



◆업체들, 겉으론 웃지만…

K-컨슈머리포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정부기관이나 민간소비자단체에 품질 관련 실험을 위탁해 발간되고 있다. 이번 커피전문점 관련조사는 한국소비자원이 진행 중이다. 한국소비자원 시험분석국 식품미생물팀 관계자는 "커피 품질과 관련 정확한 조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며 "정확한 조사방법과 일정에 대해서는 공정위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달간 각 브랜드의 사업부에 소비자원측으로부터 공문형태의 설문지 등이 접수돼 답변서를 넘긴 상황. 설문은 커피 관련 질문 외에 '텀블러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 등 고객서비스와 관련한 내용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이번 K-컨슈머리포트의 조사가 단순히 원두와 같은 커피 품질뿐 아니라 고객서비스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관련업체들은 일단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한 커피업체 관계자는 "여러 관련 부서에서 이번 조사와 관련한 공문을 자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객 소통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요청받은 자료는 모두 적극적으로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번 기회에 소비자들에게 부족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이를 개선하는 '냉정한 평가'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컨슈머리포트는 '커피 가격 잡는 칼'?


그러나 업체들은 불편한 기색도 역력히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정위가 올 초부터 커피전문점을 향해 공공연하게 칼날을 겨눠왔기 때문이다. 최근 커피전문 가맹점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불공정 거래 여부와 함께, 최근 스타벅스 등 몇몇 커피전문점들이 단행한 가격 인상 요인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의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컨슈머리포트를 통한 조사 결과 발표가 향후 공정위 측에서 커피전문점들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최근 불거진 K-컨슈머리포트 논란은 업계의 이 같은 우려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최근 "K-컨슈머리포트는 공정위 입맛대로 편집된 짜맞춤 리포트"라며 조사의 신뢰성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품질 조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지만 공정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구조인 만큼 조사 결과에 공정위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컨슈머리포트를 '물가 잡는 칼'로 활용하려 든다는 비판이다.

한 대기업 커피브랜드업체 관계자는 "현재 조사는 5개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컨슈머리포트의 결과가 조사 대상이 아닌 업체의 향후 커피가격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조사 결과 중 공정위가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보고서의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인상한 가격을 고수 중인 업체도 있지만 여론의 뭇매에 가격을 원상복귀한 사례도 있다"며 "특히 국내 커피업계의 가격 정책에 여론의 향방이 중요한 만큼 업체들 역시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에서 컨슈머리포트를 담당하고 있는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컨슈머리포트의 조사 대상은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평가기관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에 따라 독립적으로 선정한다"며 "공정위의 커피전문점 불공정 행위 조사 등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일축했다.
 
◆"단순 기준으로 줄세워 여론 흔드나" 업계 우려


업계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의 결과는 향후 여론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K-컨슈머리포트가 어떤 기준으로 업체들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평가 순위에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커피가격만 하더라도 일원화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단순히 원두의 품질이나 가격뿐 아니라 커피숍의 분위기와 같은 무형의 가치가 포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다양한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한 기준으로만 업체들을 줄 세우려 한다면 결과가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컨슈머리포트는 변액연금보험, 어린이 젖병 등 평가기준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일단 결과를 지켜봐야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반면 일각에서는 "각 업체마다 자체적으로 커피가격이나 서비스 품질 등을 비교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커피전문점 컨슈머리포트가 이 같은 자체 조차 결과와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업체들 입장에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컨슈머리포트 발표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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