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제빵왕을 만드는 법

머니투데이 취재=히든워크 취재단, 편집=유보라 이로운닷넷 에디터  | 2012.07.07 05:55

[일, 청년을 만나다]<1>독일의 제과제빵 협동조합 '베이코'

편집자주 | ‘일, 청년을 만나다’는 60여 명의 '히든워크(hidden work)100' 청년 취재단이 서울시 후원을 받아 국내외의 숨은 일자리 정보를 취재해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직업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제시해 청년의 도전의식을 높이고자 하는 이들의 글을 머니투데이와 이로운닷넷(eroun.net)이 연재한다. 자세한 정보는 히든워크 사이트(hiddenwork100.tistory.com)에서 볼 수 있다.

↑ 베이코의 지역 영업 컨설턴트가 조합원 상점의 온라인 정보 및 주문 시스템 활용 방법을 도와주고 있다. ⓒ베이코 (http://baeko.de/)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동안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동네 빵집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빵을 살 때 선택권이 넓었건만 이제는 어딜 가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취재단에게 독일의 제과점 협동조합의 사례는 매우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베이코(BAKO)는 독일의 제과제빵점 협동조합이다. 19세기 말 제빵사 마인츠(Mainz)와 카슬(Kassel), 모겐도르프 운트 워름스(Mogendorf und Worms)가 함께 손을 잡고 더 싼 값으로 제과제빵 장비를 함께 구매한 것이 베이코 설립의 초석이 됐다.

독일의 제과제빵업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시장에 공동 대응하는 이유는 치열한 시장경쟁 때문이다. 독일 제과제빵업은 진입장벽이 낮다. 할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대형식품소매업,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독일 빵과 과자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다양하다. 수백 종의 빵과 수천 종의 과자들이 매일 새로 출시된다. 이 속에서 작은 빵집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더 좋은 장비와 기술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시장 상황이 베이코를 낳았다.

현재도 베이코 활동의 핵심은 ‘함께 구매하기’다. 2007년 기준으로 550명의 조합원이 약 7000만 유로, 우리 돈 9970억여 원의 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모든 조합원은 자신 소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조합에서는 모든 종류의 빵과 과자의 원재료를 공급한다.

베이코는 가장 기본인 밀가루부터 남미 견과, 캘리포니아 아몬드, 이탈리아 사과, 호주에서 온 씨 없는 건포도 같은 신선한 과일과 냉동식품까지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재료를 배달한다. 음료·잼·계절별 아이템 및 다양한 기계와 장비·포장·데코레이션 재료도 공급한다. 이와 함께 광고와 영업 및 투자 관련 컨설팅도 함께 제공하여 조합원의 사업을 돕고 있다. ‘제과제빵을 위한 모든 것’을 주는 셈이다.


베이코가 제공하는 아이템은 놀랍게도 1만2000여 개에 달한다. 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떠한 강요나 강제사항이 없으며 모든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생산 및 판매하는 제품의 범위와 제작 방법, 마케팅활동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진다.

기업가와 종사자에게 제공되는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트레이닝 세미나’는 제품에서부터 판매까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학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전국적 판매 촉진을 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소매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개별 가게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판매촉진을 위한 활동으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시장성이 있는 상품을 선택하여 베이코의 자가 상표화 즉 PB(Private Brand)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PB상품은 빵· 과자류뿐 아니라 아침식사용 제품·음료·커피·샴페인·와인 등 다양하다. 베이코는 판매에 포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포장 연구 및 디자인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우리 동네 빵집들도 베이코처럼 연대하면 어떨까? 다양하고 체계적인 협동조합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면 동네 빵집들이 예전처럼 다양하게 늘어나지 않을까? 우리 청년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알바 대신 '제빵왕'을 꿈 꿀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회적 협동조합과 일반 협동조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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