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대 2012년 유럽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 2012.07.16 10:27

[머니위크]청계광장

온 유럽은 물론 세계를 들끓게 했던 '유로2012'가 끝났다. 현재 유로존 위기의 대표 국가격인 스페인이 우승했다. 축구팬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로서도 결승전은 아쉬웠다. 당초 축구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독일의 격돌을 점쳤다. 그랬더라면 현재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구도였을 것이다. 유럽 최대 경제권인 독일은 4위 규모인 스페인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 경우 유로 2012 결승전은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 무대 상징적 대결의 장이 됐을 것이다. 4강 진출팀은 위기국 대 독일의 구도가 형성됐다.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나라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이었다.

이번 유로2012 대회는 경제적 재앙을 경험중인 유럽에 위안을 줬다. 우승국 스페인은 자국민들에 희망을 안겨줬다.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이나 희망뿐만이 아니다. 대회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면에서 유로컵(정식 명칭은 UEFA유럽선수권대회)은 월드컵보다 낫다. 대회 수준 역시 월드컵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다. 아예 유로컵에서 우승하기가 월드컵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축구 전문가들은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유럽지역 내 경쟁이 전 세계적인 경쟁보다 더 심하다.

유럽지역 축구산업 내 경쟁과 축구산업 전체의 발전은 시장 통합 덕분이다. 유럽지역 내 축구시장이 유럽축구연맹(UEFA)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유럽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기 유럽축구 통합도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유럽 최강의 축구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 것이 1955년이었다. 유로컵은 그 이듬해 논의를 시작해 2년 후 첫 대회를 열었다. 유럽지역이 지역 경제공동체(EEC)를 출범시킨 것역시 비슷한 시기였던 1957년이었다.

시장 통합이 가져다 줄 이득과 혜택에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열광한 것은 축구든 경제든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축구에서는 그들의 비전이 현실이 됐다. 반면 경제에서는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었던 것일까? 유로2012와 2012년 유럽은 뭐가 다른 것일까?

둘 간의 결정적 차이라면 회원국간 수준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축구산업에서 유럽지역은 다른 어느 대륙보다도 수준차가 없다. 유럽과 함께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는 남미보다도 더 동질적인 편이다.

반면 유럽지역 국가들끼리의 경제력 격차는 통합 당시부터 컸다. 진작부터 세계 경제의 3대 경제권이었던 독일이 있었는가 하면, 세계적 기준에서도 빈국에 가까왔던 아일랜드나 그리스, 스페인 등이 있었다. 나중에는 동유럽국가들까지 가세했다. 부유한 서유럽과 가난한 남유럽과 동유럽으로 양분될 정도였다. 경제력 격차가 큰 나라들끼리는 어렵게 시장을 통합하더라도 이득이나 혜택이 골고루 나뉘지 않았다.


이는 현재 유로존 위기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이 위기를 쉽게 풀 수 없는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시장 통합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매혹돼 경제에 문제가 있는 나라들조차 어설프게 미국의 월가 흉내를 냈다. 정부나 국민들이 외부차입으로 흥청망청 기분을 냈다. 여기에 회원국 단독으로는 재정정책 외에 통화금융정책을 펼 수 없다는 정책 불균형까지 가세해 오늘날 유로존 위기가 탄생했다.

여전히 모든 종류의 시장 통합은 좋다고 믿는 순진한 이들이 많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와 유럽 축구산업의 부흥을 비교해보면, 좋은 시장 통합에는 조건이 있다는 점이 자명해진다. 참여국의 수준이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일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일 군사협정 등 최근 우리 일부 정치인과 오피니언리더들 사이에서는 아시아 통합 논의나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논의가 봇물을 이룬다. 그러나 세나라는 여전히 경제력 격차는 물론 역사와 문화적 차이가 적지 않다. 세나라가 통합을 이뤄 이득이나 혜택이 극대화 할 분야는 아직 서로 수준이 비슷한 프로축구 정도일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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