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꼴찌' 문제아였던 고졸, 한전 합격하더니…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2.07.04 05:30

[열린고용 앞장서는 기업들-1]수원삼일상고 卒 왕두성 한국전력 삼척지사 사원 "나는 이렇게 한전 입사했다"

"제 꿈은 한국전력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겁니다. 앞으로 한전을 세계 최고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켜,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또 전기뿐 아니라 행복을 전해주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4월 한전에 입사한 왕두성(20)군의 당찬 포부다. 그는 지난 4월16일부터 27일까지 신입사원(375기) 입문교육을 수료하고 4월30일 삼척지사에 발령받은 새내기다.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한전을 달구는 젊은 새내기들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왕 군은 고졸 학력으로 당당히 대한민국 최대 공기업인 한전에 입사했다. 한전은 우수 고졸 인재들이 몰리는 기업 중 하나로 매번 수 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올해 초 수원삼일상고를 졸업한 왕 군은 사실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공부는 뒷전인 이른바 '문제아'였다. 이런 배경엔 왕 군의 힘들었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을 불러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부모님은 그의 곁에 없었다. 부모의 부재는 그에게 "세상이란 건 차가운 벽이구나"란 생각으로 점철됐다. 항상 굶주린 배를 채워야 했던 경제적 어려움은 차라리 견디기 쉬웠다.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해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학교생활은 힘들었다. 당연히 공부하고 거리가 멀었다. 늘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아 온 그에게 삼일상고 입학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줬다. 이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해 학년 부장 선생님은 그가 절망의 터널에서 헤어 나오도록 돕는 한 줌의 빛이었다.

그는 "학년부장 선생님이 '너도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격려의 말을 자주해 주셨는데, 큰 용기를 얻었다"며 "1학년 겨울방학 때 이를 악물고 공부한 결과, 중학교 때까지 거의 꼴찌였던 석차가 전교 2~3등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편견어린 시선에 저항하는 그를 세상은 '문제아'라고 낙인찍었지만, 새로운 생활을 통해 어느새 우등생으로 변해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후부터 그의 인생은 변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간관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목표가 생기면 무섭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그는 취업이라는 또 하나의 도전 과제를 스스로 정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과 공기업 등 21개의 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심정이었지만, 3년의 공부가 너무 아까웠다.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했다. "내가 왜 취업을 해야 하나"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한전의 채용공고가 떴다. 그동안 실패한 경험을 살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졌다. 왕 군은 "무엇보다 '전기'라는 국가 기간망 산업을 다루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한다는 점이 한전에 대한 동경과 한전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게 문제였는지 면밀히 살폈다. 면접에서 판가름 나는 입사 시험에서 최대한 솔직해지기로 했다. 전기와 관련된 전문지식 공부는 기본이었다. 그는 "면접을 볼 때 한전이 원하는 인재 상에 맞는 모습을 면접관들이 볼 수 있도록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결코 지어내거나 가식적인 경험담은 절대 얘기하지 않았다"며 "확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면접관들에게 진심을 담아 내가 왜 한전에 입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전의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 △면접 등으로 이뤄진다. 서류와 적성검사를 통과한 그는 면접에서 그를 이끄는 동력인 '희망'과 '긍정'에 대해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한전이란 회사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남들보다 약점은 있겠지만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전이 원하는 '열정과 실행력'을 그동안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유감없이 보여줬다.

면접관들은 왕 군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한전이 원하는 인재상과 부합된다고 판단해 후한 점수를 줬고, 그는 결국 한전에 입사했다. 한전 인사팀 관계자는 "한전이 바라는 인재상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 지식엔 깊이와 자신감이 있어야한다"며 "고졸이라고 해서 대졸이랑 다르게 보는 건 없다. 가치관이나 고등학교 때 배운 전문지식 등을 토대로 입사 후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을 할 것인지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거나 한전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왕 군은 "항상 빛 가운데 있는 사람은 빛을 보지 못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발견한 빛은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며 "모든 우주가 자신을 가로막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두운 순간일지라도 터널엔 끝이 있다. 희망의 끈을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전 삼척지사 요금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 지점 막내라 작은 일부터 솔선수범하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입사 동기들처럼 엄청난 스펙은 없지만, 내 자신을 믿고 활동하고 노력하면서 우수한 연수 성적을 얻었다"며 "연수를 마친 후 지사로 내려 온 후 그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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