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태풍 '매미'덕에…19살 청년, 100억!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 2012.07.03 06:00

[청년이여!도전하라]박경준 플러드엑스 대표 "3년후 100억원대로 키울 것"

↑열아홉살이던 2003년 태풍 '매미'에 도시가 초토화되는 모습을 보며 차수산업(물막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창업에 뛰어든 박경준 플러드엑스 대표는 페이스북처럼 큰 회사보다 신발 1켤레 살 때 제3세계에 1켤레씩 기부하는 탐스같은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사진=이기범기자 leekb@mt.co.kr
태풍 '매미'가 인생을 바꿨다. 2003년 경남 일원을 휩쓴 매미는 바닷가 인근 건물을 초토화시켰다. 건물 지하에 갇혔던 초등학교 동창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 마산은 '물' 때문에 엉망이 됐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도시. 사람들은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했다.

당시 19세 청년은 궁금했다. '왜 넘치는 물이 지하를 덮쳐도 꼼짝 못하는 거지. 물이 넘치지 않게 문 앞에 칸막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수해에 여념이 없던 소방관에게 용기를 내 물었다. "수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과 도서관을 뒤졌다. 외국에서는 차수(물막이) 산업이 전문화 돼 있었다. 그 때부터였다. 의사를 꿈꾸던 소년은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것만큼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박경준 FloodX(플러드엑스) 대표(28)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에서 창업에 뛰어 들었다. 플러드엑스는 건물 침수방지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업체.

"물난리만 나면 모래주머니 등으로 물을 막는 방식을 보며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생각을 했어요. 차수판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절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대책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2004년 부산에 있는 한 대학에 재수 끝에 진학했다. 학교보다는 어린 시절 의문 해결에 힘을 쏟았다. 공부는 '일단' 제쳐뒀다. 차수판 사업에 골몰했다. 밑천은 창업을 위해 받은 5000만원의 소상공인 대출과 외국 사례를 찾아 공부하면서 얻은 특허밖에 없었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창업하는 데 대한 편견이 상당했다. 특히 벤처 열풍을 이끈 IT(정보기술) 분야가 아닌 개념도 생소한 차수판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차수판을 설치하기 위해 건물주와 사전에 연락을 하고 찾아가면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아버지뻘 되는 '사장님'들은 계속 못 미더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공장 등에 설치를 위해 오랜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상대할 때는 식은땀이 났다.

무엇보다 대학을 다니면서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1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처음에는 사업을 하면서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휴학까지 하면서 사업에 집중했지만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템과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경영을 모르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죠."

다시 학업으로 돌아갔다. 경영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한 번에 인사와 재무, 회계, 사무관리 등 경영전반을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 공부에 집중한 박 대표는 22살에 당시 최연소로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 등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업무를 시작했다. 한번의 실패 끝에 얻은 경영학 공부는 현장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됐다.


현장 경험이 쌓이자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지난 6월 다시 차수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혈기만으로 도전했던 스무 살의 사업과는 달랐다. 성과는 나타났다. 설립 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1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향후 전망은 더 좋다고 했다. 하반기 예상 매출은 3억원. 첫 사업을 시작한 2004년과 비교하면 수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상기후로 갈수록 도심 물난리는 잦아졌다. 자연재해로만 치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이들은 차수 전문 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침수방지시설 시장은 양분화 돼 있습니다. 큰 건물에 설치되는 육중한 '차수문'과 호우시 긴급하게 건물이나 아파트 주차장과 지하로 통하는 문을 막는 '차수판'입니다. 하지만 차수문은 한번 설치에 가장 싼 가격이 2500만원이라 쉽게 건물주들이 설치하기엔 부담스럽죠. 차수판이라고 해도 동네 철공소 등에서 주문 생산을 하는 식이었죠. 차수판 제작 주문이 전문적이지 않다보니 비가 와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이같은 틈새시장을 노렸다. 대기업이 나서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지만,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좋은 차수판 시장. 그 동안 받은 특허와 양산을 통한 가격 인하가 제대로 작동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지금까지 예상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시장 규모는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 300억원 규모. 박 대표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경우 3년 후에는 플러드엑스의 기업가치를 100억원대 이상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했다.

차수판 뿐만이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서울 문래동에서 구이 전문점 '철든놈'을 열었다. 구이 전문점만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남들과 똑같이 할 것이었으면 오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직접 구이 기계를 고안하고 철공소 형태의 인테리어를 꾸몄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최근에는 '맛집' 대열에도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더 새롭고 더 재미있는 사업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하나씩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가다 언젠가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직접 투자도 할 수 있는 벤처투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닮고 싶은 사업가는 신발업체 '탐스'의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탐스는 고객이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제3세계 등에 한 켤레씩 기부를 하고 있다. 사회적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처럼 큰 회사보다는 탐스와 같은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은 수익성과는 별개라고 생각하는데 좋은 일을 하면서도 비즈니스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분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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