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신동규의 선택, 최원병의 선택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2.07.02 06:11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지냈던 신동규씨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노조와 실랑이 끝에 어렵게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 선임 후 출근을 저지하는 노조에게 신회장은 “난 낙하산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그의 말대로 이번 인선은 낙하산은 아니다.

전임 신충식 농협금융 회장겸 은행장은 취임 후 한달쯤 지나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지주회장 자리가 버겁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회장은 만류했지만 그의 뜻이 워낙 강해 거듭 퇴진을 밝히자 취임 100일여만에 후임자를 재선임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농협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애초에 청와대나 금융당국 등의 압박은 없었다.

신동규회장 선임은 농협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다. 농협은 왜 그를 선택했을까.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계기로 정부로부터 1조원의 현물출자를 받고 농협금융채 이자 8000억원을 보전받기로 했다. 대신 농협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를 체결했다.

문제는 현물출자 등을 제때 받아내기도 어렵고,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노조의 반발로 사업구조개편 약정서 이행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원병 회장이나 농협 입장에서는 신동규 회장이 이런 현안을 풀 최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회장이 영남출신의 대표적인 재무관료인데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업무추진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럼 신동규회장을 선택한 데 따른 리스크는 없을까. 분명 있다. 노자는 최상의 리더는 아랫사람들이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를 정도의 사람이며, 반대로 최악의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라고 했다.

노자의 지도자론에 따르면 신동규회장은 아랫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다. 이런 점에서는 현재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을 맡고 있는 박해춘씨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금융권에는 불같은 성격의 박해춘 회장이나 신동규 회장과 관련된 일화와 뒷얘기가 무수히 많이 떠돌아다닌다.

아랫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성격이 불같다는 것은 단순히 스타일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만큼 권력의지가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최원병회장이나 농협중앙회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 있고 갈등과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동규 회장은 취임사에서 외부압력 배제와 같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농협금융의 주인인 중앙회 입장에선 듣기 거북한 말도 거침없이 했다.

공자는 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나아가고 언제 머물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신동규회장은 어째서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택했을까. 그와 절친한 유지창 회장이나 재무관료 선배인 윤증현 전장관 등은 모두 고사했는데도 말이다.

농협금융 회장은 같은 금융지주사인 우리 신한 국민 하나금융의 회장과는 위상이 크게 다르다. 농협금융회장은 위에 1인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회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협금융 회장은 굳이 비교하자면 다른 지주사의 사장정도의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하면서 거리낌 없이 업무를 집행해왔던 신동규회장이 과연 2인자로서 인내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는 권력교체기여서 2년의 임기를 지켜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이런 사실을 신동규 회장 스스로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농협금융 회장 자리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그의 권력의지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편에선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정권 교체기에 신동규 최원병 두 회장이 들려줄 하모니가 궁금하다. 불협화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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