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더…" 대기업 사장도 '충격'

머니투데이 산업1, 2부 기자 | 2012.06.28 05:40

내수 비상!!…”IMF이후 가장 안좋다”

"1998년 외환위기는 한국에만 닥친 위기라 해외에 물건은 잘 팔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각국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있어서 내수는 진작됐다. 하지만, 이번 유럽발 위기는 수요위축이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다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를 지난 위기 때 써 버려 대응책도 제한적이다. IMF나 2008년 위기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A 대기업 사장)

경기 둔화의 그늘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모 패션업계 CEO는 "미래 불확실성,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의 하락이 겹치며 소비심리가 냉각돼 내수경기가 꽁꽁 얼어 붙었다”고 말한다. 웬만해선 고가 럭셔리시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여름 한철 장사'인 에어콘 시장은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5대 가전 가운데서는 에어컨의 판매 부진이 가장 심각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27일 "5월과 6월 더위가 시작됐지만 판매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이 전기료를 아끼고 지출을 줄이면서 에어컨 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

TV와 냉장고, 세탁기의 경우도 예년과 비슷한 판매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예년에 비해 가격 할인 폭이 더 커졌다"며 "비슷한 판매수준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영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주류 시장에도 IMF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전체 소주 출고량은 3% 정도 늘었지만 원료값 상승 등 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거의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지적이다.


맥주 시장도 지난해 수준으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운 올해 날씨를 감안할 때 역성장이나 마찬가지다. 경기 영향을 가장 많이 타는 위스키의 경우 유흥주점 등 위스키가 대량 소비되는 영업점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최근 들어 지난해 대비 5% 이상 출고량이 줄고 있다.

주류업계 고위 관계자는 "소주 맥주는 경기를 잘 안타는 업종인데. 요즘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IMF 때는 국가적 위기감이 있었기에 대책을 세우기 쉬웠지만 지금은 서서히 하강하는 국면이기 때문에 손 쓰기가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내수침체의 그늘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백화점이다.
B 백화점 관계자는 "방문객의 감소가 크지는 않지만 1인당 구매하는 객단가는 최근 7~10% 줄어들었다"며 "소비위축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내수 경기까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자영업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인데, 선거를 앞둔 정권말기라서 그런지 경제정책이 실종된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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