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1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현실적 고민이 만든 결과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은 지금까지 기업금융에 주력했다. 베트남 현지인들의 은행 이용률도 20%에 그친다. 굳이 임대료가 비싼 1층에 자리 잡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베트남 금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계 은행들도 소매금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신용카드 사업이다. 걸음마 단계인 베트남 카드 사업에 한국계 은행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먹거리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베트남에서 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1위 카드사업자인 신한카드와 함께 진출했다. 지난해에만 5000장의 카드를 발급했다. 지금까지 누적 카드 발급량은 3만장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 카드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베트남은 '신한 디스카운트존'이라는 것을 열었다. 베트남에 위치한 특정 업종 등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식당 등이 대상이다. 지금까지 10곳을 신한 디스카운트존으로 선정했다. 현재 10곳이 추가로 준비 중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디스카운트존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김휘진 신한베트남 호찌민 부센터장은 "아직까지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마켓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인들도 흡수할 예정"이라며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카드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베트남인들도 상당히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현지화의 단계로 소매금융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금융에 주력했지만 현지화를 위해서는 소매금융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카드가 있다. 박봉철 기업은행 호찌민지점장은 "기업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불카드를 발급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용카드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시장 역시 한국계 은행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신한베트남은 올해 안으로 방카슈랑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한베트남은 현지법인 형태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지점 형태인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도 최근 베트남 금융당국과 방카슈랑스 도입을 협의하고 있다.
이 밖에 베트남에 자리 잡지 못한 인터넷뱅킹도 한국계 은행들이 선도하고 있다. 단순히 조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송금 기능까지 갖춘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비교적 덜 보편적인 자동입출금기(ATM) 설치도 확대하고 있다. 소매금융 확산을 위한 조치다.
베트남 호찌민에 근무하고 있는 한 금융인은 "지금까지 베트남에 은행만 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베트남 금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별로 새로운 먹거리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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