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만 '은행계좌'..80% 잠재고객 잡아라

머니투데이 호찌민(베트남)=정현수 기자 | 2012.06.25 08:23

[2012 금융강국코리아]<6> 베트남 금융시장 구조조정…또다른 블루오션 찾는다

편집자주 | 금융에서는 왜 세계 1등이 없을까. 머니투데이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춰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금융의 경쟁력을 높여 강한 한국으로 키우자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2003년부터 해왔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직접 해외 금융현장을 누비며 현지의 눈으로 보고 방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특히 올해는 금융산업의 핵심인 '인재양성'의 현 주소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사이공이라는 옛 이름으로 더 친숙한 베트남 호찌민. 전쟁의 포화 속에서 우리와 인연을 맺은 곳이지만 호찌민 곳곳을 둘러보다보면 역시나 '다름'을 많이 경험한다. 도로를 가득 채운 오토바이의 행렬은 이미 익숙한 장면인데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헬멧 착용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색적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다.

공사 현장도 외국인들에겐 다소 낯설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에는 대형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돌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다. 땅을 고르기 위해서다. 지반이 약한 호찌민은 이렇게 콘크리트로 땅을 누르는 작업을 반복해야 건물을 세울 수 있다. 고층 건물에서도 지하층을 구경하기 힘든 것도 약한 지반 탓이다.

↑베트남 호찌민 공사현장
금융환경 역시 우리와 많이 다르다. 베트남인들의 은행 이용률은 채 20%를 넘지 않는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현금을 선호한다. 과거 전쟁이 준 학습효과다. 전쟁을 경험한 베트남인들은 은행을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지의 금융인들은 이같은 상황을 기회로 여긴다. 은행을 이용하는 20%보다 나머지 80%를 잠재 고객이라 여긴다.

◇ 베트남 현지 고객 및 기업 공략 '속도'

베트남 금융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린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1995년의 일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법인인 신한베트남 외에도 베트콤은행과 합작법인 신한비나를 운영했다. 선점 효과는 컸다. 베트남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말 신한베트남과 신한비나의 합병을 승인했다. 베트남에서 법인으로 승격된 외국계 은행은 5곳에 불과하다.

합병 시너지로 신한베트남은 베트남 외국계 은행 중 자산규모에서 HSBC와 1위를 다투고 있다. 호찌민 중심가 센텍타워에 입주한 신한은행 호찌민센터의 규모 역시 남다르다. 신한은행 호찌민센터의 직원수는 72명. 신한은행의 전체 외국 지점 중 가장 많다. 신한베트남의 전체 인력은 450명을 넘는다.

월등한 자산과 인력으로 현지기업에 대한 공략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상 국내은행의 외국 지점이나 법인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주로 공략한다. 하지만 베트남의 신한은행은 이 공식을 깨고 있다. 과거 신한비나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현지 고객이나 기업의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합병 이후 신한베트남의 현지화 자산 비중도 15%에 이른다.

돈을 빌려가는 베트남 기업의 면면도 화려해지는 추세다. 신한베트남은 현재 쭝웬(Trung Nguyen)커피와 비나선(Vinasun)에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 'G7'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쭝웬커피는 베트남에만 1만개 이상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비나선 역시 베트남의 대표적인 택시 회사다.

신동민 신한베트남 호찌민센터장은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이 현지 영업의 비중이 높지 않은데 비해 신한베트남은 여러 면에서 현지화에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라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소중한 고객이지만, 현지에 있는 고객들과 기업들을 추가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호찌민센터의 창구 모습.
◇ 베트남 은행 구조조정 여파는?

신한은행이 베트남에 첫 발을 내딛은 후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행은 가속화됐다. 현재 호찌민에만 우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이 지점을 두고 있다. 외환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부산은행 등은 사무소를 두고 몸을 풀고 있다. 국내은행들의 호찌민 지점들은 모두 법인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현지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5개의 국영은행을 비롯해 35명의 민영은행, 그리고 100여개에 이르는 외국은행 지점 및 사무소 등이 있다. 이 중 구조조정의 대상은 주로 민영은행들이다.

현지 금융인에 따르면 일부 베트남 민영은행들은 은행이라고 부르기도 난감한 수준이다. 호찌민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금융인은 "베트남 민영은행의 경우 예금 금리도 창구에서 즉석으로 흥정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은행 구조조정의 결과로 5개의 현지은행들이 합병됐다.

베트남 은행 구조조정의 여파로 국내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행보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계 은행들의 법인 및 지점 전환을 당분간 유예키로 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합병에도 외국계 은행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현지 금융인들은 정부 차원의 협상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은 또 다른 블루오션을 찾아 공략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중소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의 여신 비중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을 20%까지 늘렸다.

최철후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장은 "지금까지 대기업 편중이 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하면서 대출을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위해 '원화 경상거래' 시스템을 갖췄다. 베트남 화폐인 동화를 원화로 바꿔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달러를 거쳐야만 거래가 가능했다. 박봉철 기업은행 호찌민지점장은 "환율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현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들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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