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귀지 파는 일은 어떨까. 어릴 적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있으면 어머니가 귀지를 파줬던 때를 생각해보자. 왠지 모를 안락함이 느껴진다. 누군가 귀지를 파주는 일은 귓속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것 외에 심리적인 편안함도 제공받는 일일 듯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귀지 파는 서비스가 대중화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서비스가 최근 한국에도 본격 도입됐다. 일본의 귀지 파는 숍 '야마모토 미미카키 텐(이하 미미카키)' 본점이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에 오픈한 것.
이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장은준 미미카키 프랜차이즈 대표가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한국에도 서비스를 들여온 것이다. 그리고 명준석 사당본점 대표가 사업파트너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야마모토 미미카키 텐'은 본래 일본의 만화책 제목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야마모토의 귀지 파는 가게'이다. 이 만화책이 인기를 끌자 실제 일본에서 귀지 파는 숍이 등장했고, 프랜차이즈화 돼 지점이 여럿 생겨난 것이다.
장 대표 역시 만화책을 본 후 이 서비스에 흥미를 갖게 됐고,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넘어가 매장을 찾았다.
"혹시 퇴폐업소는 아닐까 걱정도 했었는데 막상 일본에 가서 서비스를 받아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귀지 청소도 시원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죠."
매장을 찾으면 고객은 우선 차(茶)를 대접 받게 되고,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은 관리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잠시 차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무릎베개를 하고 누우면 관리사가 귓속을 깨끗이 청소해 주는 식이다.
장 대표는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한국 매장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그는 "타인의 귀지를 함부로 파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사업파트너 중 한명인 베테랑 피부관리사가 일본 매장에서 서비스를 배웠다"며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관리사들도 철저히 교육시켰다"고 밝혔다.
명 대표 역시 국내에 미미카키 매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는 "혹시 퇴폐업소는 아닐까, 사업성은 있을까 반신반의 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 서비스를 받아 본 후 바로 사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_류승희 기자
◆퇴폐업소 아닙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장 대표가 사업을 준비하면서 미미카키 홍보를 위해 미리 개설해 둔 인터넷카페가 있었는데, 이 카페에서 정보를 얻은 일부 업자들이 먼저 사업 아이템을 가로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오픈한 매장은 귀지 파는 숍을 가장한 퇴폐업소였다는 사실이다. 결국 얼마 전에는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고 '귀청소방'이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일까지 생겼다.
"매장을 정식 오픈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있으니 솔직히 난감했고 마음 고생도 심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홍보에 도움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건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더 많은 고객들이 찾는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매장 내 관리실도 문이 없는 완전 오픈형으로 만들었으므로 '나쁜 짓'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일부 몰지각한 고객이 엉뚱한 행동을 할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명 대표는 "혹시라도 일부 손님들이 퇴폐업소로 착각하지 않도록 '관리사에게 불쾌한 행동 및 말을 하지 않는다'는 동의서 서명을 부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귀지를 파는 동안 안전과 기타 불미스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술에 취한 사람들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장 대표는 "남녀노소 모두 건전하고 편안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단순히 귀지를 청소하는 숍이 아니라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정도 찾으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힐링캠프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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