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경영인' 보폭 '성큼성큼'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6.27 11:42

[머니위크]CEO In & Out/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브랜드 이름부터 회사 이름까지 다 바꿨다. 보광훼미리마트의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가 22년간 사용하던 '훼미리마트'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얼굴을 택했다. 오는 8월1일부터 새로 내걸게 될 간판의 이름은 CU. 'CVS for you(당신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명 또한 BGF리테일로 바꿨다.

지난 18일 새로운 사명을 발표하기 위한 기자간담회 자리. 이날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이 취임 후 5년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하며 조용한 경영활동을 해오던 그가 직접 나설 만큼 독자브랜드 구축에 애착이 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업계 1위 굳히기 성공

"지난 5년간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 편하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이제 얼굴이 알려지면 경쟁사 매장을 둘러보는 게 불편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허허."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가 농담처럼 던진 첫 마디였다. 홍 회장은 지난 2007년 광주고검장을 끝으로 법조인생을 정리하고 그해 3월 보광훼미리마트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의 이면에는 가족사가 자리잡고 있다. 홍 회장의 큰 누나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큰 형이다.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나영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그의 동생이다. 그의 형제가 모두 보광그룹과 관련한 회사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도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제가 앞에 나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자칫 결례나 오만으로 비쳐질까 우려했다"고 밝힐 만큼 홍 회장은 취임 당시만 해도 경영인으로서 업계 안팎의 우려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홍 회장은 외부 노출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공격경영에 나서 훼미리마트를 업계 부동의 1위로 굳건하게 자리매김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취임 당시 그는 훼미리마트 점포를 2010년까지 5000개로 늘려 업계 1위를 굳히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2010년 10월 BGF리테일의 점포수는 5000개를 넘어섰고, 현재 7200여개의 가맹점을 유지하고 있다.

외형적인 규모가 커짐에 따라 2007년 이후 매출은 해마다 10~20% 증가하는 추세. 2011년 매출액은 2010년 대비 17.6%가 증가한 2조6027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도 대폭 개선돼 5년 전 취임 당시와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 당시 보광훼미리마트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8억원과 334억원이었으며 2011년에는 928억원과 774억원을 달성했다.

매주 편의점 도시락을 직접 맛보며 품질을 챙길 정도로 발로 뛰는 그의 경영 스타일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2008년 이후 경기불황에 1인 가족 증가와 맞물리며 3000원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도시락은 대표적인 편의점업계의 효자품목이다. 훼미리마트는 2010년 이후 '이청용 도시락'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으로 편의점 업계 도시락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PB상품들까지 홍 회장이 직접 편의점에 들러 구매해보고 꼼꼼하게 품질을 챙기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제품 하나하나의 품질관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훼미리마트 '독립선언', CU로 훨훨 날까


그렇다면 이렇듯 승승장구하는 '훼미리마트'의 이름을 버리고 왜 굳이 새로운 길을 가려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이를 홍 회장의 '독립선언'으로 풀이하고 있다.

보광그룹의 방계회사인 BGF리테일은 사실상 4~5년 전 보광그룹과 지분관계를 정리한 이후 인적교류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보광훼미리마트라는 사명으로 인해 보광그룹의 계열사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홍 회장으로서도 이번 사명변경을 계기로 형제들과 독립적인 경영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일본 훼미리마트 본사에서 독립함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훼미리마트의 시작은 지난 1990년. BGF리테일은 일본 훼미리마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송파구 가락동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일본 본사의 매장수는 약 8000여개 정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년 내에 본사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BGF리테일 측에서는 해외시장 진출 등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에는 일본 본사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홍 회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본사와 2년간의 줄다리기 협상을 거쳤을 정도로 이번 브랜드명 변경에 많은 공을 들였다. 훼미리마트는 브랜드 간판을 교체한 후에도 당분간 CU브랜드와 함께 'with 훼미리마트'를 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BGF리테일은 오는 8월 간판과 인테리어 교체를 통해 새로운 '한국식 편의점 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 홍 회장은 "이미 7000개 이상의 가맹점주가 새로운 브랜드명에 동의를 표했다"며 "오늘 구체적인 점포의 모습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좁은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점포 형태를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BGF리테일이 독자 브랜드를 구축하게 된 만큼 편의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통업태의 진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홍 회장은 "지금 유통산업은 업태간 경계가 이미 흐려져 있다"며 "중요한 것은 업태가 아니라 고객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답해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더했다.

해외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 훼미리마트 본사는 미국,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편의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BGF리테일이 독자적으로 훼미리마트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홍 회장은 "일본 훼미리마트와 협상을 거친 만큼 현재로서는 해외진출에 아무런 장애는 없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CU브랜드로 국내 점포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진출은 이후에 차분히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의 종합유통물류기업으로 BGF리테일을 키울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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