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간 Mr.강, 한국으로 간 Miss.처우

머니투데이 호찌민(베트남)=정현수 기자 | 2012.06.22 05:30

[2012 금융강국코리아]<5>한국인과 통하는 베트남..한국계 은행들 화두 '현지화'

편집자주 | 금융에서는 왜 세계 1등이 없을까. 머니투데이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춰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금융의 경쟁력을 높여 강한 한국으로 키우자는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2003년부터 해왔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직접 해외 금융현장을 누비며 현지의 눈으로 보고 방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특히 올해는 금융산업의 핵심인 '인재양성'의 현 주소와 과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고자 합니다.

↑비텍스코 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찌민 중심가. ⓒ정현수기자 gustn99@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 호찌민 시내에 우뚝 솟은 68층 규모의 비텍스코 타워는 호찌민의 명물로 꼽힌다.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을 본 따 지어진 이 건물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 특히 이 건물 49층에는 전망대도 설치됐다. 전망대에서는 건물을 따라 360도로 돌며 호찌민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오가는 사이공강과 유럽풍으로 지어진 인민위원회 건물,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의 행렬 등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층 빌딩으로 가득찬 1군(District)이었다. 호찌민의 군은 우리나라의 구와 같은 기능을 한다. 총 12개 군으로 이뤄진 호찌민에서 1군은 우리의 광화문에 해당되는 중심지다.

1군에서도 단연 중심지는 한국 기업들이 시공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와 다이아몬드플라자가 위치한 레주안(Le Duan)이다. 이 곳에 바로 국내 은행들이 집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금호아시아나플라자에 자리 잡고 있으며, IBK기업은행은 다이아몬드플라자에 입주했다.

현지에서 만난 금융인들은 모두 "허울뿐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를 강조했다. 인력과 영업환경 모두에서 현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트남 국영은행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현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호찌민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현지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 현지 채용은 베트남인들만?…"No!"

↑강인원 우리은행 호찌민지점 계장
지난해 5월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에 입사한 강인원(32) 계장은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계를 내고 베트남 인문사회과학대학으로 일종의 유학을 갔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전공은 베트남학과로 정했다. 베트남에 대해 알고 싶었다.

베트남 유학 생활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베트남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결국 그는 베트남에 정착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 기업의 베트남 공장에서 1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우리은행에 입사했다. 채용 방법은 현지 채용이었다. 본국에서 파견된 한국인 직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은행에 들어온 셈이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의 서정현(30) 계장 역시 같은 케이스다. 서 계장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베트남에 위치한 로열멜버른공대(RMIT)에 입학했다. 이 대학은 호주계 대학이다. 그 역시 대학 졸업 후 한국행 보다는 현지 채용을 선택했다. 지난 2010년 8월 입행했다.

이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언어다. 베트남에 진출한 현지 금융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언어다. 6성조로 이뤄지는 베트남어는 학습이 쉽지 않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은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은행 내에서의 공식언어는 영어지만 베트남 직원들과 한국 직원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도 한다.

최철우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장은 "여러 방면에서 현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부적인 인력 조직 프로세스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현지화의 전초 단계로 베트남에서 공부한 한국인 직원들을 채용해 본격적인 로컬 영업을 할 때 이들에게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베트남인들은 베트남기업에 취직?…"No!"

기업은행 호찌민지점에서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응웬 쩐 뀐 처우 씨는 학창 시절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다. 대학 전공 역시 한국어로 정했다. 대학 시절에는 부산외국어대학교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처우 씨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계 기업, 특히 연봉이 높은 은행으로 취업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호찌민지점 현지직원들.
처우 씨처럼 영어에 능통하고 한국어까지 구사할 줄 아는 베트남인들은 현지 국내 은행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업은행 호찌민지점만 하더라도 20명의 현지직원 중 3명이 한국어에 능통하다. 우리은행 호찌민지점에는 24명의 현지직원 중 6명이 한국어를 구사한다. 실제로 현지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경우 한국 기업과의 거래가 많아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 한국어교육도 진행한다. 사내교육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1년에 두 번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 본점 방문의 기회도 제공한다.

박봉철 기업은행 호찌민지점장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경영자만 한국인들이 오고 실제 근무는 현지인들이 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라며 "현지영업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현지직원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현지화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3년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No!"

신동민 신한은행 호치민센터장은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베트남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010년 다시 호치민센터장으로 부임했다. 베트남에서 근무한 경력만 7~8년에 이른다. 곽인식 기업은행 호찌민 부지점장 역시 호찌민 근무 경력이 5년을 넘겼다. 최근 호찌민 국내 은행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달라진 트렌드다.

통상 은행들의 외국 지점 근무 기간은 3년이 관행이었다. 외국 지점 근무는 일종의 보상 개념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이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외국 지점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현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정책적으로 해외 지점 인력의 근속기간을 장기화로 가져가는 추세다. 현지 은행권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규정도 많이 바뀌고 영업환경도 수시로 바뀐다"며 "과거처럼 잠깐 쉬다가 가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에 지역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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