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 짜장면집, 면발 더 뽑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 2012.06.19 07:55

[날씨의 경제학]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 기업의 날씨경영

#2011년 7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내렸다. 104년만의 집중호우로 인해 강남역 일대, 사당역 부근, 대방역 주위 등 서울의 많은 곳이 물바다가 됐다. '지상 서울'이 물바다가 됐다면 '지하 서울'은 잠겼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 지하철역은 '물난리'로부터 안전했고, 지하철은 단 한차례의 사고도 없이 시민들의 발이 돼 줬다. 서울메트로의 '날씨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

#LG생활건강에게 명절은 매출 증대의 기회다. 하지만 저절로 매출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LG생건의 경우 추석은 5개월 전, 설은 4개월 전부터 수요 예측 및 생산계획을 수립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인 중 하나가 '날씨'다. LG생건 선물세트의 경쟁상대는 과일이나 고기 등이다. 긴 장마와 폭우는 과일가격상승으로 이어져 LG생건 선물세트의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또 여름철 습한 날씨와 폭우는 수인성 질병으로 인한 고기류 가격 상승의 요인이 돼 마찬가지결과를 가져온다. LG생건에게 '날씨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날씨 경영'으로 매출 늘린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날씨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이상기후가 자주 나타나면서 기업들에게 기상정보를 잘 활용해 위험을 줄이고 매출을 높이는 '날씨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같은 날씨경영의 사례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 위치한 한 중국음식점 사장은 "주말에 비가 오면 배달 주문이 늘지만, 날씨가 좋으면 매출이 떨어진다"며 "때문에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재료를 20~30% 정도 더 준비한다"고 말했다. 날씨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LG생건의 경우도 보다 장기적이기는 결국 날씨정보를 이용해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다. 의류업체, 항공이나 숙박·리조트·스키장 등 레저업체처럼 기상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날씨정보를 경영의 변수로 여겨 활용하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2010년 추석 시즌부터 기상청 사이트의 기상포커스 자료와 기상청 보도자료 등을 활용해 생활용품 선물세트 수요 예측에 적용했다"며 "당시 폭우와 긴 장마로 인해 과일가격 상승이 예상되어 생활용품 선물세트 생산량을 20% 늘렸고, 결과적으로 추석 시즌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이어 "2011년 설 명절은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예보되어 하우스 재배 과일가격이 상승해 생활용품 선물세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며 "전년 대비 생산량을 30% 높게 결정해 설 시즌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역시 2010년 수해로 인해 대란을 겪은 후 '날씨정보'를 보다 철저하게 활용, 더 많은 비가 내렸던 2011년에는 완벽한 수준의 예방과 대응체계를 보여줬다. 재난상황 실시간모니터링 분석팀 운영, 재난발생시 2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는 번개통신요원제도 확대 운영 등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보였다. 또 지하철역 침수에 대비한 차수판을 매년 추가설치하고 배수시설을 개선해 온 것은 물론 기상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지하철 연장운행, 출퇴근길 차량추가 투입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정부, '인증제'로 '날씨 경영' 독려


정부 역시 기업들의 날씨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올해부터 '날씨경영인증' 제도를 도입,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날씨경영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기상재해나 이상기후, 기후변화 등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경제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기상정보를 활용해 경영하는 '기업 또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서울메트로, LG생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케이엠, 한국수자원공사 등 20여개 기업 또는 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기업(기관)에게는 '날씨경영 컨설팅' 지원, '기상사업화 컨설팅' 지원, '날씨경영 교육 프로그램 참여기회', '인증기업 마케팅 홍보활동' 지원, '기상정보대상 우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국가로부터 '기상재해에 안전한 기업'이라는 인증을 받았다는 효과가 크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날씨경영 인증을 통해 기상청으로부터 기상관련 교육을 받아 전문요원을 양성할 수 있게 됐다"며 "기상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 지하철 서비스 및 안전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날씨경영 위한 연구·활용 체계화 필요"

전문가들은 날씨경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증제와 같은 지원과 함께, 관련 연구도 체계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기후변화가 각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그 대응책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환경정책평가원 관계자는 "기후변화 피해비용을 보다 높은 신뢰도로 종합적으로 추정하려면 아직 많은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환경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불확실성을 갖기는 하지만, 각 연구부문의 보다 정밀한 추정과 부문끼리의 공조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날씨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산업계, 학계에서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보다 많은 연구와 활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는 2020년 세계 시장 규모가 233억달러(BCC보고서·2009)로 예상되는 기상기후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관련 연구와 활용은 필수라는 의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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