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1800만원, 분양가 높다 했더니…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 2012.06.20 06:03

전국 2만8000여가구 '준공후 미분양'…자금난에 소송 씨앗으로

편집자주 | #2008년 1월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서 분양된 '중동리첸시아'. 초고층 명품주상복합을 콘셉트로 분양된 이 아파트는 3.3㎡당 1990만원이라는 높은 분양가가 책정돼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어서 부동산시장은 활황기였지만 주변 시세보다 과도하게 비싼 분양가는 수요자들의 매수의지를 꺾었다. 결국 이 아파트는 분양 후 4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미분양물량을 소진하지 못하고 할인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최헌정
 주택시장 활황기에 건설사들이 책정한 '고분양가'가 '악성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인 2008년 상반기에 주택시장 활황을 등에 업고 고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사들이 최근까지도 미분양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중에는 당시 '붐'이 일었던 주상복합, 대형물량이 상당수여서 건설사들의 자금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화 내세우며 '고분양가' 책정했지만…남는 것은 '악성 미분양'뿐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은 모두 6만1385가구로, 이 가운데 2만8227가구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 용인시에 5684가구가 집중됐다.

 용인시의 경우 2008년 6월에 잇따라 선보인 '성복자이'(1~2차 총 1502가구)와 '성복힐스테이트'(1∼3차 총 2157가구)가 각각 분양 흥행에 실패하며 대거 미분양을 양산했다.

시행사인 일레븐건설이 책정한 분양가는 3.3㎡당 1548만원. 옵션을 포함하면 3.3㎡당 최고 1800만원에 육박한다. 당시에는 인근 신봉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이 고가 논란으로 대거 미분양을 기록했음에도 시행사는 시세보다 3.3㎡당 평균 200만원(부동산114 조사) 이상 높게 책정했다. 그 결과 일부 소형을 제외한 76%가 순위 내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들 단지는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미분양물량을 보유했다. 시행사는 미분양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분양가 20% 납부시 즉시 입주 △분양가 60%에 대한 대출이자 지원 △잔금 2년간 유예 등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대 215㎡(전용 기준)에 달하는 대형물량이 많고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탓에 미분양물량 소진에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파주 운정신도시 역시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 지역 중 한 곳이다. 2006년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등 배짱을 부리며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이 지역은 현재 2500여가구의 미분양물량과 집값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하고 분양가보장제를 내걸어도 미분양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08년 12월 분양된 강동구 '고덕아이파크'는 최대 8억1300만원(전용 177㎡(1층), 20억1000만원→12억원)을 할인, 분양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건설사 자금난에 각종 시위와 소송까지…'독'이 된 고분양가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으로 남은 아파트는 각종 시위와 소송의 씨앗이 됐다. 건설사들이 미분양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분양가 할인정책을 내놓자 기존 계약자들이 소급적용을 주장하며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어서다.

'리첸시아 중동'의 한 입주민은 "더 늦게 분양받을수록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무이자 혜택에 좋은 층까지 배정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 부분을 시공사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소송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탓에 자금난이 악화된 건설사도 다수다. 특히 2008년 주상복합이나 대형아파트를 고분양가에 분양한 건설사들의 경우 아파트 1가구당 분양대금이 높아 미분양 피해가 극심하다. 일례로 A건설사의 경우 10억원 규모의 아파트 45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한 사업장에서만 4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묶여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물량이 건설사 재무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만큼 분양가 할인, 임대주택으로 전환 등을 통해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분양은 관리비용, 금융비용 등 건설사 재무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기존 계약자의 반발은 있지만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거나 분양가 할인 등의 방법을 통해 이런 비용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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