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로또'판교 당첨된 사람들 "지금은…"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2.06.16 09:10

[부동산'후']판교신도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모습은

↑판교신도시는 당첨되면 로또라는 인식 때문에 청약광풍이 불었다. 한 민간 중소형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2073대 1로 나와 사상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은 2006년 5월 판교신도시에 청약하기 몰려든 인파 모습 ⓒLH제공

 2006년 5월4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 근처 '풍성신미주' 모델하우스. 이 일대 도로는 아수라장이었다. 모델하우스 주변에 마련된 넓은 주차공간은 이미 차량으로 넘쳐났고 대로변까지 불법주차된 차량과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날은 판교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첫 당첨자 9428명의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판교 입성'을 꿈꾸던 청약자만 46만7000여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50대1에 달했다.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자격을 가진 사람 4.8명당 1명이 판교신도시에 청약한 셈이다.

 특히 '풍성신미주'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고 경쟁률이 2073대1로, 아파트 청약경쟁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판교신도시에 엄청난 청약전쟁이 벌어진 이유는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된다"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최고 정점기의 시대상을 반영했던 '판교신도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은 어떻고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판교IC에서 분당방향에 있는 동판교 전경

◇'강남대체신도시'서 '로또 아파트'로 변질
 판교신도시는 2000년대 초반 개발계획이 알려질 당시부터 부동산시장의 '핫플레이스'였다. 애초 강남 대체 신도시로 개발하려된 계획도 시민단체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중소형부터 대형, 분양과 임대 등이 어우러지는 '소셜믹스' 신도시로 전격 수정됐다.

 이때부터 '판교 로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부유층뿐 아니라 서민층들도 판교신도시에 청약할 기회가 생겼고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머쥐면서 한 단계 '시프트'될 수 있다는 믿음이 당시엔 절대적이었다.

 정부는 이같은 판교 청약의 과열방지를 위해 각종 규제책을 내놨다. 안그래도 서울 강남3구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수도권 남부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판교신도시 분양은 또 한번의 부동산시장을 폭발시킬 '뇌관'이었다.

 정부는 판교신도시를 개발 당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묶을 수 있는 규제를 모두 적용하고 불법거래에 대한 단속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중소형아파트에는 '10년'이란 최장 전매제한기간을 둬 투기성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했고 중대형아파트에도 5년 전매제한기간 외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해 실수요 중심의 청약을 유도했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인접한 봇들마을 8단지. 혁신학교와 역세권 등의 입지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판교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판교에 거세게 부는 청약열풍은 잠재우지 못했다. 당시 강남 아파트의 80% 수준인 3.3㎡당 3000만원 넘는 시세를 형성할 것이란 부동산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이 대세였기 때문이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1240만원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2.3배 넘는 차익으로 10억원 이상 오를 것이란 얘기였다.

◇2기 신도시 자존심 판교, '대박'은 아니었네
 '로또 아파트'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판교신도시 부동산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2008년 12월 첫 입주가 시작된 판교신도시는 3년6개여월이 지난 현재 2만9300가구가 입주했다. 판교 역세권 중심상업지구의 주상복합아파트와 서판교 테라스하우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입주가 끝난 상태다.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2008년은 국내 부동산시장이 꺾이던 시기였고 현재도 바닥을 모르는 약세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부동산 침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대책이 이어지면서 판교신도시도 그 수혜를 입었다. 최장 10년 전매제한 족쇄에서 풀려나 중대형의 경우 1년 뒤, 중소형도 3년으로 최종 완화되면서 합법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봇들마을 1단지 '풍성신미주' 84㎡의 현 시세는 6억5000만~6억7000만원선. 전매제한이 풀린 지난 3월에는 6억원 초반대 급매물이 팔리기도 했다.

 3.3㎡당 3000만원 이상 예상한 시세에 비해 실제 매매가는 3.3㎡당 1000만원 이상 낮아진 것이다. 분양가보다 2억원가량 시세차익이 난 것이긴 하지만 이를 '로또 아파트'로 부르기에는 힘이 빠진다.


 하지만 판교신도시의 평균 아파트 매매시세는 강남 일부 지역을 뛰어넘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의 평균 시세(6월8일 기준)는 3.3㎡당 2290만원선으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가운데 송파구(2247만원)를 앞섰다.

 특히 신분당선 판교역 주변에 위치한 백현동은 아파트 평균 시세(6월8일 기준)가 3.3㎡당 2413만원선이다. 이는 판교신도시 가운데 가장 높으며 송파구를 뛰어넘어 서초구를 뒤쫓고 있다.

 이에 반해 분당신도시는 판교 평균시세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분당신도시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몰려 최고 부촌으로 꼽는 정자동의 경우도 73% 수준에 그친다.

↑판교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추게 한 판교테크노밸리. SK케미칼, 안철수연구소, 미래에셋 등 총 300역개 기업이 입주한다. ⓒLH제공

 판교가 이같은 강남권에 육박하는 시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복병'이 숨어 있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물량이 6100가구로 다른 신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판교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이들 물량이 풀리는 2014년부터 판교신도시 시세가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크노밸리, 알파돔시티, GTX…판교 미래 바꿀 재료될까
 판교신도시 전셋값은 지난해 수도권 '전세대란' 당시 급등했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봇들마을 1단지 '풍성신미주' 84㎡의 전세시세는 3억2000만~3억5000만원. 이보다 판교역과 가까운 봇들마을 8단지 '휴먼시아' 84㎡의 경우 전셋값이 4억3000만~4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전셋값이 분당 등에 비해 쉽사리 꺾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판교테크노밸리 공인 관계자는 "SK케미칼, 안랩, 미래에셋 등 300여개 기업의 판교테크노 밸리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판교 입성'을 대기하는 수요가 많아 전세수요가 끊이지 않는 반면 전세매물은 많지 않은 게 강세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등으로 지연돼 왔던 알파돔시티가 지난 4월 착공했다. 대규모 복합단지로 조성되는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의 랜드마크다. 사진은 판교역에 위치한 알파돔시티 부지 모습

 그동안 금융위기 등으로 지연돼온 알파돔시티 PF사업이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감에 따라 판교는 2016년이면 완성된 도시의 면모를 갖춘다. 뿐만 아니라 동탄신도시와 일산신도시를 잇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의 중간 정차역과 동서고속철도 역사 등이 판교에 결정될 경우 수도권 남부의 핵심 상업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란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박영규 LH 신도시사업처 차장은 "신도시는 그동안 베드타운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판교신도시는 주거 외에 생산과 소비기능을 모두 갖춘 자족기능의 신도시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2기 신도시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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