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주식에 대한 애정이 식고 있다

머니투데이 장득수 현대인베스트먼트 전무 | 2012.06.14 05:15
한때 미국에서 'I love you' 보다 더 많이 쓰인 말이 'Buy and Hold' 인 적이 있었다. "주가가 좀 비싸지 않냐"고 하면 바로 "Buy High, Sell Higher"로 답하던 때였다.

매년 주가는 오르는 것이 당연했고, 노후는 오르는 주가가 알아서 보장해 준다고 믿고 열심히 쇼핑만 하면 되는 시절이었다.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경기 호시절이 지속된다며 '다우지수가 조만간 10만(일만이 아니다) 간다'는 책도 나오고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다. 필자도 모 잡지에 2012년까지 종합지수 5천 간다고 쓴 적이 있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부끄러운 이야기다.

전세계적으로 주식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 미국을 보면 2000년의 닷컴 버블을 거치고 2007년 서브 프라임사태, 2011년 신용등급 강등 등을 겪으면서 장기 주식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정은 완전히 식은 상태다. 미국 주식형 펀드의 경우 2010년 370억 달러 환매에 이어 작년에는 1300억 달러로 환매 규모가 3.5배 늘었다.

2008년 이후 4년 연속 환매로 총 순환매 규모가 4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전체 주식형펀드의 7.7% 수준이다. 원인은 저조한 성과. 2000년 말 이후 2011년까지 주식은 2009년 중반 이후 거의 2배가 올랐음에도 불구 연평균 2.5%의 수익을 낸 반면 채권의 경우 6%에 이르는 성과를 기록, 변동성도 높고, 수익도 낮은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다.

또한 고령화에 따라 주식에 대한 위험 선호도가 줄어들고 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국, 중국, 유럽의 악재와 이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1960년 이후 한 번도 3년 이상 거래량이 줄어 본 적이 없는 미국시장에서 현재 3년 반째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MF 글로벌 파산, JP 모건의 거래 손실에 이어, 최근 그래도 젊고 좋은 기업으로 믿었던 페이스북 IPO실패 마저 투자자들에게 일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008년 말 77조원에 달하던 주식형 펀드는 주가하락과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로 인해 현재 62조원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인데, 주가가 조금만 상승해도 여지없이 환매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대금은 거래소, 코스닥 합쳐 일평균 7조6천 억원으로 작년의 8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기업 공개 건수도 이제까지 11건에 불과 2010년 100건, 2011년 72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차화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10조원에 육박했던 투자 자문사의 주식형 자문형 랩 잔고는 6조원대로 쪼그라들면서 작년 한창 때 자문을 맡긴 투자자들은 대략 20~30% 손실을 기록, 본전 되기만을 기다리는 상태다.

그렇다면 어떻게 떠나가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주가가 급상승하면 가능하겠지만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새로운 절세 상품의 출현이다. 매출이 안되면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맞추듯, 세계 경기가 어둡고, 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세금 혜택을 줌으로써 투자를 유인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장기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재정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시장의 수요층을 늘려 외국인에게 늘 시달리는 시장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두번째는 고객 니스에 맞는 다양한 신상품의 출현이다. 2003년, 2004년 당시 '三無시대'(투자자도 없고, 상품도 없고, 돈도 없던)의 돌파구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1억, 3억 만들기 펀드였다. 과거 재형저축과 다를 바 없던 펀드에 목표를 가미한 형태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입력, 투자대상, 출력 방식의 조합을 다양화해 주가의 변동과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즉 단순히 코스피 일변도의 상품을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헤지펀드의 규제 완화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규제와 감독을 통해 보호해야 할 대상은 헤지펀드 투자자와 같이 돈 많은 투자자가 아니라 저축은행 예금자와 같은 서민이다. 돈 많은 사람은 리스크 관리도 알아서 잘한다.

세번째는 펀드 판매망의 다양화이다. 현재 펀드의 98%는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어 아무리 참신한 펀드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판매사 구미에 맞지 않으면 상품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판매사들도 계열 운용사 중심으로 펀드 판매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 독립적인 운용사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펀드 판매의 75%가 IFA(Independent Fund Advisors)에 의해 판매, 관리되고 은행, 증권사, 보험사는 합해서 15%에 불과하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펀드의 1/3은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장기적인 펀드의 판매 관리, 투자자 소통 등을 위해 펀드 판매망의 다양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생각된다.

끝으로 자산 운용회사의 변화이다. 82개 운용사와 159개 자문사는 일부 특수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는 전혀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 모두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코스피를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사의 경우는 다행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인프라의 우위, 브랜드 파워 효과 등의 요인으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도 상위 5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40%). 중소형 사의 경우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금융 환경이 다양해지고, 투자자의 욕구가 다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 변화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주 공격적인 회사, 매크로를 이용한 투자, IT, 바이오만 투자하는 회사, 중소형주 전문회사, 저가주만 투자하는 회사, 운용 프로세스가 남다른 회사 등등 다양한 차원에서 차별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 대한 애정의 끈을 아직 놓지 않았을 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구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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