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부 "아파트값 3억 내렸지만 팔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2.06.13 10:11

[머니위크 커버]소박함의 미학, 다운사이징/ 주택 사이즈 줄이기

#1.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33)는 최근 재무컨설팅 회사에 상담을 받았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수입이 예전의 3분의 2로 줄었기 때문이다. 재무설계사가 내놓은 해법은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이사하라는 것이었다. 차액으로 대출금 등을 갚고 남은 돈 2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현금 창출 능력을 키우라는 권고였다. 김씨는 큰 맘 먹고 마련한 내 집이지만 매달 나가는 이자비용과 노후대비를 생각해 뼈아픈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 1년 전 막내아들을 출가시킨 사업가 박모씨(64)는 지난달 용인의 205㎡(62평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더 이상 넓은 집이 필요치 않아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이 직장 근처인 강남 오피스텔로 독립하겠다고 선언한 뒤 마음을 굳혔다. 속은 쓰리다. 1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시세가 떨어졌다. 한창 때에 비하면 3억원 가까운 하락폭이다. 하지만 박씨는 더 이상 아파트값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 집을 매매한 돈의 절반으로 전원주택을 짓고 나머지 절반으로 수익형부동산 등에 투자해 여생을 즐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택 가격이 정체되고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려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신규분양 아파트의 공급면적이 줄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조사한 2008년 이후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연도별 평균 공급면적을 보면 2008년 130㎡에서 올해 108㎡로 낮아졌다.

또 경기권 내 미분양 주택의 90%가 대형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평형의 공급비중이 줄어든 데다 기존 분양 물건의 적체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택의 사이즈를 늘려가는 보편적인 주택구입 형태가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주택 다운사이징, 트렌드 아닌 눈물의 선택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다운사이징 바람의 원인을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에서 찾는다. 주택 수요 핵심층인 이들이 자녀의 출가와 은퇴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인해 주택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데다 주택가격이 정체되면서 더 이상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집 줄이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택 다운사이징은 수요자들의 의지가 아닌 환경의 변화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봐야 한다. 여전히 주택 수요자들은 넓은 집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큰 집에 살고자 하는 욕구를 주택 수요자가 억제하는 이유는 앞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가격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경기가 살아나 수입 증대가 예상되고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확신이 들면 고급 주택의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자산 위협 크다면 전세살이가 '현실적'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자산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이라면 굳이 다운사이징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다. 거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형 주택을 보유한 이들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대출이자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다운사이징을 통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꾸며야 한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주택 규모를 줄이고 남은 비용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법이다. 다만 주택 거래가 실종된 이상 이마저도 수월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론적으로 주거비 이자상환액이 크다면 집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 매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운사이징을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출을 받아 구입한 주택의 현재 가격이 대출금만큼 빠진 상황이다. 눈물을 머금고 감수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주택보유로 인해 자산에 심각한 위험이 생겼다면 내 집을 포기하고 전세로 갈아타는 수밖에 없다. 시장이 살아난다는 시그널이 없는 현재로서는 전세 전환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부채로 인한 가계의 자본잠식을 끊어주는 방법으로 전세 전환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재무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가계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후대비 다운사이징 대안, 오피스텔 전망은

채무부담이 크지 않고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한다면 집을 줄인 차액을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익형부동산 중 최근 가장 각광받는 곳이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 투자는 꾸준한 도심 수요로 매달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료가 나온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최근 인기에 힘입어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나 과거처럼 8~9%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4%, 외곽지역의 수익률은 6%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수익률은 더 암담하다. 높아진 공급가격에 비해 임대료가 큰 변동이 없어서다. 분양가격이 높다고 해서 임대료를 높였다가 임대가 되지 않는다면 투자자의 손실로 귀결될 뿐이다.

금융자산의 상황에 따라, 분양을 선택할지 기존 매물을 매입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기대한다면 분양을, 당장 수입을 원한다면 기존 매물을 매입하는 편이 유리하다. 분양받으면 당장 목돈은 들지 않지만 수년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철저한 개별시장이라 지역상황이나 상품, 해당물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향후 1~2년 사이 강남·송파·잠실 등지서 대규모 오피스텔 입주가 시작되는데, 이때 임차가격을 맞추지 못한 오피스텔을 매입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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