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대출' 막는 법 만든다

머니투데이 양영권,김경환 기자 | 2012.06.06 16:00

민주, 채권추심업자 채무자 접촉 막는 법안 추진…대출 관행 수정 불가피

채권자와 채권추심업자가 야간과 공휴일에는 채무자에게 전화통화로 채무 상환 독촉을 하지 못하고, 채무자가 추심업자에게 채무 상환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할 경우 더 이상 추심업자가 채무자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민주통합당이 준비 중이다.

법이 개정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의 폐해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평가사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 대출을 해준 뒤 채무 불이행을 양산하는 현재의 대출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채무자 방어권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 위해 오는 13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갖는다고 6일 밝혔다.

이 법안은 △채권자·추심업자가 평일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 사이, 주말과 공휴일은 하루종일 채무자에게 통신을 할 수 없고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경우 채무자와 통신할 수 없고 △채무자가 채무 상환을 거절하거나 채권자 등과 연락을 중지할 것을 원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면 채권자 등은 채무와 관련해 더 이상 채무자와 통신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채무자가 고의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대리인을 내세워 채무 변제를 거부할 경우 채권자는 소송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별도로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18대 국회 당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불법 채권 추심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에 유사한 내용의 채무자 방어권 제도가 포함됐지만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협회 등이 반대해 법안이 폐기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연방법(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 15 U.S.C 1601)'과 캘리포니아주법(California Fair Debt Collection Practices Act)에 동일한 내용을 규정해 시행하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 검증된 제도 인 만큼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안 추진에는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사금융 관련 상담·피해 신고 건수가 지난해 2만5535 건으로 전년보다 88.8% 증가하는 등 개인의 채무 상환 문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됐다.


법안을 주도한 홍종학 의원은 2001년 카드사태 때부터 경제정의실천연합에 있으면서 채무자 방어권 제도 강화를 주장해 왔다. 노력의 결과 2009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채권 추심 때 폭행이나 협박을 금지하는 등 채무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내용만 포함됐을 뿐 '알맹이'는 빠진 상태였다. 이에 이번 19대 국회에 국회에 입성하면서 가장 먼저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

홍 의원은 "은행이나 대부업자가 과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가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대강의 정보를 가지고 일정 부분의 채무 불이행 발생을 염두에 두고 무작정 대출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은행과 대부업자는 많은 이익을 가져가지만 파산자가 대량 발생해 나타나는 폐해를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채권자에게도 채무 불이행의 책임을 묻는 게 선진금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은 개인 채무와 관련해 추심보다는 연대보증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해 창업자 등이 연대보증으로 재기의 기회를 잃는 사태를 막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채무자 방어권제도 강화 법안이 제출될 경우 논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약탈적 대출의 폐해를 줄이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야당이 법안을 제출할 경우 어떤 점을 고칠 수 있을지 함께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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