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재개발 무더기 사업중단 '예고'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2.05.30 18:52

(상보)서울시, 추정분담금 미공개 128곳 집중점검…공개 거부하면 조합설립인가 제한

# 서울 강북에 위치한 재개발구역. 이 사업구역 추진위원회는 정비사업 업체를 선정, 개략적인 사업계획을 만들어봤는데 주민수가 많아 일반분양 물량이 10%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정도의 일반분양 물량으론 주민들의 부담금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부담금을 공개하지 않은 채 조합설립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 추진위가 부담금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부담금 규모가 늘어날 경우 주민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무산시키려 하기 때문. 주민들은 추진위측에 자료 공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당하기 일쑤였고 결국 서울시에 "추진위가 부담금 공개를 하지 않다"며 진정을 냈다.

조합원들이 물어야 하는 추가부담금 공개에 대해 고의적으로 회피하거나 늑장을 피우는 서울시내 뉴타운·재개발구역이 무더기로 사업 중단 사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주민들의 추가부담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뉴타운이나 재개발구역에 대해 직접 점검에 나서는 등 강력하게 대응키로 해서다. 특히 추가부담금을 공개했더라도 규모가 예상외로 클 경우 서울시의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과 맞물려 해당 사업장 주민들의 구역지정 취소 신청이 잇따를 것이란 지적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단계의 추정부담금 공개 대상 공공관리구역은 정비예정구역을 포함해 모두 288곳. 시는 이들 구역 가운데 아직까지 추정부담금을 공개하지 않은 중구 신당8·9구역, 동대문구 용두구역, 중랑구 상봉3 재정비촉진구역, 강북구 미아3·4 재정비촉진구역, 은평구 신사1구역 등 128개 구역에 대해 오는 6월8일까지 집중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160곳 중 이미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부담금을 공개한 사업장은 58개 구역에 그쳤다. 나머지 조합이 설립됐지만 소송 등으로 사업이 일시 중단된 7곳과 정비예정구역으로 아직 부담금 공개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95곳 등에 대해선 앞으로 추가 점검이 실시될 예정이다.

부담금을 공개하지 않은 128곳 중에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은 뒤 주민총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부담금을 공개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상당수 구역은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정비업체를 뽑는 등 관련절차를 진행하면서 부담금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시행하면서 부담금을 공개토록 한 이유는 주민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미리 알고 뉴타운·정비사업 추진에 동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부담금 공개가 안되거나 추진위가 늑장을 피워 결국 추진위와 주민간 갈등이 고조되고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 분석이다.

실제 종로 명륜4가구역, 동대문 청량리6구역, 성북 안암3구역, 영등포 당산2구역, 동작구 상도7구역, 관악구 신림미성아파트 재건축, 송파 한양2차아파트 재건축 등 7개 구역은 집행부 문제와 주민간 갈등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됐다.

시는 이번 실태점검을 통해 추정부담금을 공개하지 않는 구역에 대해선 구청장이 조합설립인가를 제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정기간 행정지도를 했음에도 공개를 꺼리거나 이번 점검에서 위법 사항이 드러난 추진위에 대해선 사법기관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고발당한 추진위원장에 대해선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의 집중 점검으로 상당수 사업장이 철퇴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진위가 시의 압박에도 부담금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구청장이 조합설립인가를 거부,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된다.

에이플러스리얼티 조민이 리서치 팀장은 "추진위 또는 조합이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부담금이 공개되는 것을 추진위나 조합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특히 최근 사업성 부족으로 현금청산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사업장이 부담금 문제로 홍역을 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희선 시 주거재생정책관은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전에 부담금을 알려 주민들이 사업 추진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주민간 분쟁이 많았다"며 "이번 점검을 통해 추진위가 사업추진 과정과 부담금 책정 등에서 어떤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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