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 시대 끝···재계 에너지 다이어트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12.05.30 06:11

산업용 전기요금 2000년 이후 61%↑… 기업들 일회성 아닌 근본 대책 마련 분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설치된 바둑판 LED 조명.
#. 지난 1월 LG그룹은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기사용량을 확인해 보고 깜짝 놀랐다. 1년 전과 비교해 전력소모량이 무려 31만kwh나 감소했기 때문. 이는 1550가구가 한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덕분에 전기요금도 1000만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기존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에 자동센서를 설치, 일정시간 사람의 이동이 없는 경우 자동으로 조명이 꺼지도록 했다.

기업들이 에너지 다이어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가 고공행진과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등이 계속되면서 일회성 에너지 절약이 아닌 장기적인 구조개혁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기업들은 일본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전기를 덜 쓰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전기요금 인상과 올 여름 전력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이나 기술개발 등을 통해 제품 생산에 에너지가 덜 소모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가전 등 전기를 소모하는 제품의 경우 절전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 전기, 제품생산 외에는 무조건 ‘off’
먼저 삼성전자는 올 겨울에 마련했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실내 냉방온도를 정부 권고기준에 맞추고 승강기 운행을 부분 제한하기로 했다. 또한 낮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사무실과 주차장 등 주요 지역 조명을 추가 소등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구성돼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한 만큼 전력소비 절감에 더욱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양재동 본사 사옥의 램프를 고효율 램프로 모두 교체했고 지상과 지하 주차장에 대해 주간 50%, 야간 및 휴일 90% 절전하고 있다. 각 공장별로도 식사와 교대시간 중 가동이 불필요한 설비의 가동을 정지시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층 이하는 비상계단을 이용해 걸어 다니거나 엘리베이터 함께 타기 등을 기업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의 등을 중심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체들은 전기 절약을 아예 기업 문화로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분을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이는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이 곧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SK그룹의 경우 서린동 사옥에 빙축열 에어컨을 설치했다. 밤에 얼린 얼음을 이용해 낮 시간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스템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석유 화학단지 내 석유화학 공장에서 폐열스팀 도입 및 폐열 교환을 통해 연간 140억원의 비용을 줄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에너지 절약이 체질화돼 있다”며 “전기요금 추가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공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 요금 인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금호석화는 약 43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5년 말까지 여수 열병합발전소를 2배로 증설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고 있다.

◇ 가전제품도 연비 따지는 시대… 절전기능에 사활

전기요금 인상이 바로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전자업계는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전기요금 인상에 가장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곳도 바로 전자업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계속 인상되면 가전제품도 에너지 소비효율에 따라 판매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인버터 개선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80~90% 가까이 줄였다. 스마트 인버터가 탑재된 삼성전자 에어컨의 경우 월 전기요금이 9950원(12시간 사용기준)으로 일반형 제품의 12.6%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기요금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4월 들어 에어컨 판매가 3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신제품의 뛰어난 절전 기능을 집중적으로 알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에도 절전 기능이 대거 접목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단열재 성능을 대거 향상시키고 고효율의 인버터 컴프레서를 채용, 전기 소모량을 대폭 줄였다. LG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870리터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세계 최대 용량이지만 월간 소비전력은 31.9kWh로 동급 최저 수준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버블샷 세탁기의 경우 연간 전기요금은 약 1만5000원(210회 기준)으로 1회당 약 70원에 불과하다. 1년전 모델이 1회당 100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30% 가까이 절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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