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찾아온 디아블로에 '직장폐인' 우려

머니투데이 이창명 최우영 기자 | 2012.05.29 16:19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 민자역사 비트플렉스 앞 광장에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2012.5.14/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요즘 아침부터 눈밑에 다크서클 생긴 동료들이 종종 보이는데 모두 같은 이유죠."

IT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2·남)는 디아블로3 열풍에 빠져 밤을 새우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29일 설명했다. 지난 15일 출시된 '악마의 게임' 디아블로3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사다.

디아블로 제작사 블리저드는 국내에서만 출시 일주일만에 60여만장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밀리언셀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엔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 구입자가 많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요즘 사내 게시판에 디아블로 관련 글이 부쩍 늘었다고 직장인들은 입을 모았다. 2000년 출시한 디아블로2에 푹 빠져있던 '디아폐인'(디아블로 폐인)들이 12년만에 대부분 직장인이 됐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를 10년 넘게 기다린 디아블로 마니아들은 게임 구입을 위해 월차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디아블로 마니아 직장인 5명 모두 자신이 구입을 위해 월차를 사용했거나 또는 주변에서 봤다고 대답했다.

끊었던 PC방을 다시 찾는 직장인들도 부지기수. 심모씨(31)는 취업하고 2년 가까이 PC방을 거의 찾지 않다 요즘 들어 퇴근 뒤 별 일 없으면 PC방에서 2~3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과다.

심씨는 "퇴근 시간 이후 아무 PC방이나 가 봐도 디아블로를 하는 직장인 차림새의 손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동네 PC방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7)는 "디아블로 때문에 사장님이 PC점검 등 요구하는 것이 많다"며 "손님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고 직장인들도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씨는 '직장생활'을 위해 될 수 있는 한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아블로 중독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직장인들도 마음 놓고 예전처럼 하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결혼한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집에서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고 컴퓨터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며 "더구나 집에서 하게 되면 오히려 중독돼 조절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학 시절 '디아폐인'을 경험한 대기업 사원 남모씨(30)는 여전히 디아블로 구입을 고민중이다.

남씨는 "디아블로를 다시 시작할 생각은 있다"며 "하지만 게임에 드는 시간보다 아이템 거래라든지 평소에도 계속 게임생각이 이어지는 시간까지 합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고민 이유를 밝혔다.

대학원생 이모씨(27)도 주말 4~5시간, 평일 2~3시간씩 디아블로3 삼매경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씨는 "게임에 너무 빠질까봐 컴퓨터 사양도 좋은 걸로 맞추지 않고 있고 일부러 약속을 잡아서 밖에 나간다"며 "디아블로가 구직준비와 영어공부에 지장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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