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기 우리은행 국외사업부 부장은 "해외진출의 최종 목적은 현지화"라고 잘라 말한 뒤 "그 나라를 잘 아는 현지인을 통해서 영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에 로열티(충성심)가 있는 똑똑한 현지 인재 한 명이 국내 인재 열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이를 위해선 현지 인력 구성과 운영 체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해외 법인장, 지점장 등 해외 영업점의 최고경영자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모두 한국인이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충성'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국인 밑에서 평생 일반 직원으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해외 임직원 중 현지채용의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1년 전보다 오히려 1%가 감소했다.
물론 약간의 변화 노력은 있다. '한국인은 관리자, 현지인은 종업인'이란 기존 인식 틀을 깨보는 시도다. 국민은행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해외 점포 국내 책임자들에게 '현지인 부지점장' 양성을 지시했다. 능력 있는 부지점장은 향후 지점장급으로 키워진다. 중장기적으로 현지 법인장과 지점장을 모든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들 현지인이 현지 영업을 책임지는 식이다. 국내 직원은 한국기업 대상 영업과 본부와의 협업만 챙긴다.
국민은행은 당장 지점 개설을 준비 중인 캄보디아부터 지점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본인가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현지법인 역시 핵심 자리엔 현지인을 앉히기로 했다. 이에 앞서 중국인민은행 출신의 고위관계자를 명예회장으로 선임했고 중국현지법인 이사장 자리도 현지 금융권 인사에게 제안한 상태다.
이찬근 국민은행 글로벌 담당 부행장은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그 나라에 맞게 생각하고 영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인재는 현지인을 잘 고용하고 관리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법인을 한국은행이 아니라 '국민은행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행'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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