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 6개 학과 폐지, 이외수 "차라리 취업대기소라고…"

머니투데이 양정민 기자 | 2012.05.24 11:46
서원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생들이 23일 학교의 폐과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트위터@penso423)

충북 청주에 위치한 서원대학교가 6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해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원대는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발표한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43곳 중 한 곳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에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과들을 폐지하는 이른바 '대학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 학과 폐지 방침, 왜 나왔나…교과부 "취업률과 재정지원 연계"

교과부는 취업률을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하고 있다. 교과부의 9가지 평가지표(4년제 대학 기준)에서 하위 15%에 속한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이 제한된다.(☞관련기사 보기) 이 9가지 평가지표 중 재학생 충원율(3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취업률(20%)이다. 교과부는 오는 2013학년도부터 취업률 절대평가 기준을 45%에서 51%로 올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가 통폐합 대상이 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에 서원대 측도 교과부 기준과 유사하게 취업률, 이탈률(제적·자퇴·편입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는 비율), 경쟁률, 재정지수 등을 기준삼아 6개 학과를 폐지 대상으로 발표했다. 미술학과, 컴퓨터교육과, 연극영화학과, 음악학과, 독어독문학과, 화예디자인과 등 인문·예술·사범 계통의 학과들이다. 폐지가 확정되면 이 학과들은 올해 9월 수시모집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기존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교과과정은 유지된다.

23일 서원대 학생들이 학과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트위터@moosim2855)


◆ 재학생들 "학교의 획일적 잣대로 휘두르는 폭력" 거세게 반발

해당 학과 재학생들이 폐지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차상의 문제다.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에야 교수들과 학과 학생회장 간의 임시총회 자리에서 학과 폐지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서원대 컴퓨터교육과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 이용자(@JK***)는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만 한 채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주지 않았다. (중략) 교육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서원대 컴퓨터교육과 공식 홈페이지에 익명으로 글을 올린 한 재학생은 "사범대 간 학과교류가 많은 학교 특성상 극단적인 폐과조치는 재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신임 재단과 학교 측은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서원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틀만에 학과폐지를 결정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뒤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교수·학과장과 협의를 거쳤다"라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절차를 거쳤는가"라는 질문에는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학생 개개인 의견을 일일이 수렴할 수 있겠나. 교수·학과장이 학생들 의견을 대표해 논의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학교 측이 폐지 기준으로 내세운 지표의 적합성도 도마에 올랐다. 미술학과 재학생 곽모씨는 '네이트 판'에 글을 올려 "순수미술 전공자는 정규직 취업률보다는 전시활동이나 공모전 입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극영화학과 재학생들도 다음 아고라에 서명운동을 제안하면서 "예술은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의 획일적 잣대로 휘두르는 폭력에 저항한다"며 평가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언급한 서원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과부가 각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평가지표를 적용한다. 우리도 그 지표가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뒤 손실이 막대한 상황이다. 신설 학과를 결정할 때도 정부 방침에 따라 신입생 지원율은 높고, 중도 이탈률은 낮으며, 취업률은 높은 학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소설가 이외수씨 "몇몇 대학 '학문의 전당' 아닌 '항문의 전당'"

한편 서원대 학과 폐지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지자 소설가 이외수씨(@oisoo)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몇몇 대학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없애 버리거나 병합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네요.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항문의 전당'임을 대학 스스로 인정하는 작태가 아닐까요. 차라리 취업대기소라고 간판을 바꾸는 건 어떨까요"라고 꼬집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을 연출한 영화감독 박희곤씨(@finestory33)도 "힘들어하는 후배 영화학도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영화배우 신현준씨(@shinhyunjoon_), 진중권 동양대 교수(@unheim) 등도 서원대 학생의 글을 리트윗(재전송)하며 관심을 보였다.

서원대는 이달 내로 교무위원회를 열어 6개 학과의 폐지 여부와 신설학과에 대한 논의를 확정지을 계획이다. 재학생들은 온·오프라인 서명운동, 철야농성 등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학생 등 300여명이 22일 숭산기념관에서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뉴스1(news1.kr)=김재수 기자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학교도 서원대와 유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해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돼 교과부의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원광대는 하위 15%에 속하는 11개 학과·전공을 폐지하라는 컨설팅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6개 학과·전공(한국문화, 독문, 불문, 정치외교, 인문사회 자율전공, 자연과학 자율전공)만을 폐지키로 23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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