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1억털어 PC방 차렸는데, 1년만에…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5.26 09:34

주변 PC방과 경쟁과열…'반값 요금' 치킨게임, 1년만에 8000만원 날려

30년간 일한 직장을 떠나니 남은 것은 '퇴직금'뿐이다. 수익창출을 위한 경제활동이 절실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럴 때 대부분 은퇴자들이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창업이다. 그러나 치열한 전쟁터나 다름없는 창업시장에 덜컥 뛰어들어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퇴 후 창업의 현실을 짚어봤다.

◆1억 투자했는데 1년 만에 폐업

김항근 씨(가명)는 3년 전 명예퇴직을 맞았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PC방 사업을 접하게 된 김씨. 건물 2~3층이면 되니 권리금에 대한 부담이 적은데다 PC방 사용료 외에 라면 음료 등의 수입도 쏠쏠해 보였다. 초기비용만 투자하면 운영에 필요한 노동 강도가 세지 않은데다 24시간 영업을 할 수 있어 효용성도 클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010년 말 용산구 한남동에 사무실로 쓰던 곳을 권리금 없이 임대한 김씨는 조그만 규모로 PC방을 시작했다. 영업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등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인근에만 30개가 넘는 PC방이 자리 잡고 있는데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도 새롭게 문을 여는 PC방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신규업소일수록 고급인테리어는 기본. PC 사양이 높으니 고객들의 발길은 자연히 새로 오픈한 곳으로 옮겨갔다. 김씨는 오픈한지 8개월 만에 기본요금 1000원, 시간당 1300원이던 요금을 시간당 500원으로 낮춰야 했다. 그럼에도 수입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PC방을 접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1억원을 투자한 사업인데 PC 사양이 낮으니 겨우 2000만원 정도만 회수할 수 있었다"며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지만 않았어도 1년 동안 그리 많은 돈을 탕진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은퇴 후 창업, 성공보다 실패 확률 높아

은퇴플랜 전문업체인 중앙이아이피의 박영재 팀장은 "은퇴 후 창업한 이들 중 김씨와 같은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며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노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세청에 등록된 국내 자영업자수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규모가 크든 작든 3가구 중 1가구는 자영업자인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중에서도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310만명에 달한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창업자의 70~80% 이상이 사업초보자라는 점이다. 그만큼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인구는 점점 더 급증하는 추세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성공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박 팀장은 "프랜차이즈 창업만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약 2000개 이상의 가맹본부가 체인사업을 운영 중이고, 해마다 가맹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중 80~90%가 3년 내 폐업을 맞이한다"고 지적했다.

◆노후 책임질 ‘은퇴 후 창업’, 성공하려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창업자들 중 대부분이 수익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는 것도 절대 만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기 전 철저한 준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창업전문 강사로 활동 중인 이성준 컨설턴트는 창업 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시장조사'를 꼽는다. 어떤 업종을 선택하든 그 업종에 대해 창업자 스스로가 훤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 컨설턴트는 "예비 창업자들의 상당수가 시장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모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동일업종 파악, 유동인구 체크, 소비성향 등 단순한 통계치만 뽑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한다. 때문에 주 소비층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함께 경쟁자와 다른 차별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교육이나 전문가와의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은퇴 후 창업의 경우 창업에 투자한 비용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위험이 적지 않다. 때문에 소상공인진흥원 등 정부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충분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창업준비에 필요한 실무교육뿐 아니라 창업자금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컨설턴트는 "은퇴 후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최소 1년간 준비기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내 일'이 사라졌다는 공허감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지 못한 채 서둘러 창업을 시작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관심업종에서 아르바이트나 종업원으로 적어도 1년 동안 현장경험을 쌓은 뒤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 창업실패의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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