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와 '라푸마', '아이더'. 이들 브랜드는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아웃도어 제품이라는 것과 프랑스에서 들여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모두 프랑스 라푸마 그룹의 아웃도어 브랜드 입니다. '밀레'는 밀레코리아, '라푸마'는 LG패션, '아이더'는 K2코리아가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프랑스 라푸마 그룹으로 똑같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밀레입니다. 한광호 밀레 사장은 에델바이스 등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해오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프랑스 라푸마 본사와 밀레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2005년에는 LG패션이 라푸마, 2006년에는 K2코리아가 아이더의 라이센스 계약을 각각 맺었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처음엔 라이센스 계약 형태로 제품을 선보이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아예 상표권을 인수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브랜드는 프랑스 라푸마 그룹에 상표권 관련 로열티(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상표권 인수 포문을 연 것 역시 밀레입니다. 밀레는 2009년 4월 프랑스 본사에 약 100억원(580만유로)을 지불하고 한국·중국 상표권을 샀습니다. 이것이 라푸마 그룹이 상표권을 판 최초 사례라고 하네요. 당시 라푸마 그룹은 "다른 브랜드 상표권은 넘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LG패션에 라푸마, K2코리아에 아이더의 상표권을 잇따라 팔았습니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프랑스 라푸마 그룹의 아웃도어 상표권을 인수한 2009년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 시동을 막 걸던 시점입니다.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뛰던 시기였으니 국내 기업 입장에선 상표권 확보가 절실했습니다. 불어나는 로열티도 문제지만 브랜드 마케팅, 유통망 확보 등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라이센스 계약 연장 여부를 알 수 없으니 모든 게 불안정했거든요.
한편 프랑스 라푸마 그룹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는 뒷얘기가 무성합니다. 갑자기 한국 기업들이 너도 나도 찾아와 높은 값에 상표권을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2009년 상표권을 판매한 이후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제품이 이렇게 잘 팔릴 줄 알았다면 프랑스 라푸마 그룹이 상표권을 팔지 않고 라이센스 계약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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