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푸마' 상표권, 한국에 덥석 팔고보니…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5.23 06:42

[패션뷰티 속닥속닥] 3개 브랜드 한국기업에 상표권 팔고 난뒤 매출 훨훨


'밀레'와 '라푸마', '아이더'. 이들 브랜드는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아웃도어 제품이라는 것과 프랑스에서 들여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모두 프랑스 라푸마 그룹의 아웃도어 브랜드 입니다. '밀레'는 밀레코리아, '라푸마'는 LG패션, '아이더'는 K2코리아가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그 출발점은 프랑스 라푸마 그룹으로 똑같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밀레입니다. 한광호 밀레 사장은 에델바이스 등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해오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프랑스 라푸마 본사와 밀레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2005년에는 LG패션이 라푸마, 2006년에는 K2코리아가 아이더의 라이센스 계약을 각각 맺었습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또 있습니다. 처음엔 라이센스 계약 형태로 제품을 선보이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아예 상표권을 인수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브랜드는 프랑스 라푸마 그룹에 상표권 관련 로열티(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상표권 인수 포문을 연 것 역시 밀레입니다. 밀레는 2009년 4월 프랑스 본사에 약 100억원(580만유로)을 지불하고 한국·중국 상표권을 샀습니다. 이것이 라푸마 그룹이 상표권을 판 최초 사례라고 하네요. 당시 라푸마 그룹은 "다른 브랜드 상표권은 넘길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LG패션에 라푸마, K2코리아에 아이더의 상표권을 잇따라 팔았습니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프랑스 라푸마 그룹의 아웃도어 상표권을 인수한 2009년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 시동을 막 걸던 시점입니다.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뛰던 시기였으니 국내 기업 입장에선 상표권 확보가 절실했습니다. 불어나는 로열티도 문제지만 브랜드 마케팅, 유통망 확보 등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라이센스 계약 연장 여부를 알 수 없으니 모든 게 불안정했거든요.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푸마의 사례가 이들의 상표권 인수 결정 밑거름이 됐습니다. 푸마는 국내 기업인 이랜드가 라이센스 계약 이후 공격적인 영업을 벌여 나이키, 아디다스와 함께 3대 브랜드 반열에 올려놨지만 계약이 종료된 2007년 독일 본사가 직진출해 국내 시장에서 파장이 컸습니다.

한편 프랑스 라푸마 그룹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는 뒷얘기가 무성합니다. 갑자기 한국 기업들이 너도 나도 찾아와 높은 값에 상표권을 사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2009년 상표권을 판매한 이후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아웃도어 제품이 이렇게 잘 팔릴 줄 알았다면 프랑스 라푸마 그룹이 상표권을 팔지 않고 라이센스 계약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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