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된 뉴타운, "수십억대 추진비 누가 메꾸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2.05.16 07:52

[재개발재건축 우선해제後<2>]'매몰비용 대책없는' 뉴타운 출구전략

 내년부터 조합이 설립된 뉴타운·정비구역이 구역 해제에 나설 경우 매몰비용(추진위·조합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용한 비용) 부담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간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뉴타운·정비구역조합 해제시 매몰비용의 '국고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조합원들이 희망해 조합을 해제할 경우 시공사가 대여해준 조합운영비는 매몰비용이 되고 이를 조합원들이 부담하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실제 경기 수원 세류동 113-5구역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원 50% 이상 동의를 얻어 시에 조합청산과 구역해제 신청을 하자 시공사가 41억원 규모의 대여금과 이자,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의사를 조합에 통보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매몰비용으로 인한 갈등은 이해당사자간 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매몰비용 국고보조 기대말라"
국토해양부는 서울시의 매몰비용 국고지원 요구에 대해 뉴타운·정비구역 조합이 사용한 매몰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부동산개발사업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면서 추진위는 물론 조합도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국회에서도 조합까지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매몰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추진위만 지원대상에 포함했다.

 추진위 단계에서는 설립 동의와 예정구역 동의 등만 진행하다보니 비용이 5억원 안팎이지만 조합은 측량, 조사, 설계, 사업계획 용역, 총회 등을 실시하기 때문에 수십 억원에서 100억원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도민이 납부한 세금을 서울 재개발조합 청산에 쓰인다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경제행위를 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대신 뉴타운내 일부 구역이 해제되더라도 기존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은 유지키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뉴타운내 여러 구역 중 일부가 해제되더라도 당초 계획된 기반시설이 단절되지 않도록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국토부가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가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밝혔었다.


◇매몰비용 부담 놓고 또다른 갈등, 대안 있어야
이처럼 매몰비용의 국고지원이 무산됨에 따라 내년부터 뉴타운·정비구역조합이 구역해제에 나설 경우 매몰비용 부담을 놓고 전국이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몰비용 부담을 놓고 불거진 첫 갈등사례가 나왔다.

수원 세류동 113-5구역 비대위는 전국 최초로 전체 조합원 172명의 54.06%인 93명의 동의를 얻어 수원시에 주택재개발사업조합 설립인가 취소 및 구역해제를 신청했다.

 문제는 이를 파악한 시공사 삼성물산이 조합에 공문을 보내 해산의 귀책사유가 조합에 있다며 시공사가 빌려준 대여원금 41억원 외에 대여금이자와 손해배상금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

통상 조합들은 운영비를 시공사에서 빌려 사업이 완료되면 청산할 때 비용을 정산해왔다. 조합원들은 최악의 경우 수천 만원을 날릴 수 있어 삼성물산의 대응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대여금을 놓고 채권·채무관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법에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나와 있지 않으며 판례도 없다보니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도 조합이 있는 뉴타운·정비구역의 경우 연말 실태조사가 끝나고 내년부터 조합청산과 구역해제가 가능해 수원 세류동 113-5구역과 같은 갈등이 전방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간 또는 주민과 인허가권자간 갈등이라면 이해당사자가 이를 조정하고 법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국토부가 지원할 수 있지만 매몰비용으로 인한 갈등은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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