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명퇴男, 이'일' 시작 후…"월수 1500만"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2.05.15 05:55

'프리랜서 증권 영업직' 투자권유대행인 주목… FC보다 안정적 '눈길'

#지난달 증권사에서 명예퇴직을 한 지점장 A씨(50). 일곱살 늦둥이가 있어 한참 더 벌어야 하는데 새로 창업을 하자니 걱정이 앞섰다. 마침 회사 측이 '2년 기본급 보장'을 조건으로 투자권유대행인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프리랜서 영업맨'으로 제2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K생명 보험설계사(FC)로 8년째 활동한 B씨(47)는 고객에게서 종합자산관리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이 있는 B씨는 펀드도 팔아볼 요량으로 투자권유대행인으로 등록했다.

투자권유대행인(이하 투권인)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권인은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통해 투자자에게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데, 쉽게 증권판 '보험설계사(FC)'로 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인맥 있으면 누구나?=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동부증권 본점에서 열린 투권인 설명회에는 전직 자문사 주식운용팀장에서 현직 FC, 대학생 등까지 몰려와 좁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의 절반 이상은 50대의 조기퇴직 '베이비부머'가 차지했다. 전직 주식운용팀장이라고 소개한 한 참석자는 "작년에 현업을 떠났는데, 그 동안 쌓은 법인 네트워크 등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출신으로 이제는 전업 주식투자자인 C씨(54)는 "관리중인 친척 계좌와 내 계좌만 포함해도 규모가 상당하다"며 "지금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하면 꽤 소득이 될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그만 둔 증권사 지점장이나 영업맨, 투자상담사, 그리고 자문사 펀드매니저 등이 주로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삼성증권은 은퇴하는 지점장들에게 일정 기간 기본급을 보장해 주면서 투권인으로 활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명퇴 후 계약직 형태로 고급 인력을 활용하자는 취지다.

보험 FC들도 투권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확보된 보험 고객에게 펀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도 판매할 수 있어서다.


이날 설명회에는 대학생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봉근 동부증권 점보관리팀 차장은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증권사 취업 수단으로 관심을 갖는다"며 "하지만 네트워크가 중요한 투권인 업무 특성상 실제 활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얼마나 벌길래= 대부분의 투권인은 기본급 없이 성과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총 1만3000명의 투권인 중 상위 1%는 월급여가 500만~600만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별로 우수 투권인에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A증권은 월 1500만원 이상 받는 '1급' 투권인이 10명 정도 활동 중이다. 억대 연봉자가 되려면 관리 자산이 최소한 50억원은 넘어야 한다.

증권사들이 투권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대체로 비슷하다. 예를 들어 주식형펀드 10억원 어치를 판매하면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영업이익) 125만원 중(60%의 지급률을 가정) 75만원을 받는다. 채권의 경우 지급률(80%)이 조금 더 높다. 본인 계좌로 거래한 것도 실적으로 인정되지만 표준 보수율의 절반만 적용한다.

보험의 경우 월 10만원짜리 상품 하나만 팔아도 30만~40만원이 지급되는 것에 비하면 건당 수수료는 적어 보인다. 하지만 매번 새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FC와 달리 투권인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만 유치하면 매월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은퇴 '베이비부머'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투권인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등록한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영업이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투권인의 실적은 증권사 매출의 3%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형 삼성증권 신사업팀 차장은 "현재 활동 중인 투권인 중 VIP 고객을 다수 확보한 경우가 아직 드물다"며 "투권인 제도가 정착되려면 은퇴한 증권사 직원 등 업계 경력자들이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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