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주택정책은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 2012.05.17 05:53

[MT시평]1인가구 증가로 월세 늘어..주택 바우처 도입 필요해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점유 형태에서 두 가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자가에서 임차로 바뀌어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자가에서 임차로의 변화는 주택가격의 안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택가격이 안정되자, 굳이 주택을 소유하면서 거주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임차로 거주하는 가구 비중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소유에 대한 국민성과는 관계가 없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자가의 비중이 늘고,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자가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 임차가구 비율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가 비중이 줄어들고 임차 비중이 커지는 이런 현상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안정된다면 이런 추세는 계속 되겠지만, 경제성장의 정도라든가 외국인에 대한 개방의 정도 등에 따라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추세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주택가격의 안정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라고 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20%가 월세로 거주하는데, 이렇게 월세로 거주하는 가구의 58%가 1인 가구이다. 최근에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월세가구의 비중도 따라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때문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이 중에서 월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보다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이다.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노령단신가구들은 대부분 자가나 전세에 거주하는 반면,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불완전 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층들은 주거이동의 용이성이나 저축액의 부족과 같은 이유로 월세 방에 거주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만큼 1인 가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월세가구의 증가는 구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의 제도나 정책이 이런 구조적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주택제도나 정책은 자가나 전세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자가와 전세가 주택점유의 주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전세가구 위주로 되어 있는 임차인 지원제도가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저리의 전세자금 융자와 같은 전세가구에 대한 지원은 있어도 월세가구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월세지급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소득 자체가 낮으면서도 불안정한 계층에게는 있으나마나한 제도이다. 학자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이나 정책당국에서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월세임차인에 대한 '주택 바우처'(정부가 주는 일종의 월세상품권 제도)가 필요한 것도 결국은 이런 임대차 제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가 진행되는 초기에는 그 변화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그 변화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섰을 때에 우리는 비로소 그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그 때가서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를 만들면 이미 늦은 대책이 되고 만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대차시장은 구조적인 변화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 전세시장 위주로 되어 있는 제반 제도나 정책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조정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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