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야기한 통합진보 당권파, 비당권파에 "나갈테면 나가라"본색 드러내나?

뉴스1 제공  | 2012.05.13 19:08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12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2012 제1차 중앙위원회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의장석을 난입하고 있다. 2012.5.12/뉴스1 News1 이명근 기자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12일 밤 늦게 까지 이어졌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결국 회의 진행을 저지하려한 당권파에 의한 폭력사태로 얼룩졌다.비당권파는 더 큰 폭력으로 인한 파국을 막기위해 12일 밤 중앙위의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데 이어 13일 인터넷 토론회를 거쳐 전자회의 방식으로 중앙위를 속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2일 밤 당권파는 중앙위 의장인 비당권파 심상정 공동대표의 회의 진행에 반발해 의장석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역시 비당권파인 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에게 폭행을 가했다. 통합진보당이 맞고 있는 위기상황 만을 놓고 보면 분당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정치적 합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비당권파측은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마음이 당을떠났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정 조치, 즉 경선을 거친 비례대표 후보의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권파 측은경선 부정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서 비례대표 거취 문제는 당원 총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당권파 측이 당원 총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총투표에서도 질 가능성이 있지만 총투표 논란 과정에서 시간을 끌어 5월말 국회 개원과 동시에 현재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권파를 형성하고 있는 NL(민족해방)계열 세력의 핵심으로 통하는 이석기비례대표 2번 당선자를 보호하려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비당권파 측이 중앙위 속개에 나설 경우, 배수진을 친 당권파의 움직임으로 보아서는 12일 밤의 폭력사태를 뛰어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듯 분당의 위기는 현실화했지만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모두 먼저 분당 가능성을 언급하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무엇보다 당권파로서는 먼저 분당 얘기를 꺼내서 자신들이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줄 이유가 하등에 없다.이번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의 덕을 봐 13명의 당선자 가운데 자파 소속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압도적으로 배출한 당권파로서는통합에 참여했던 여타 진보세력이 떨어져 나가도 어떻게하든 통합진보당을 움켜쥐고 있어야 할 처지다. 먼저 당을 떠나게 되면 지역구는 아니지만 비례대표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당권파가 비당권파에게 먼저 당을 떠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게 할 경우, 총선을 치르기 위해 다른 진보세력을 끌어들였다가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자 이들을 다시 내쫓으려 한다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권파 측의 한 관계자는 13일 리는 단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다"며 "나가려면 비당권파들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본색을 드러내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권파는 이번 경선 부정 사태가 불거지기 전 까지는 명실상부하게 당을 장악해 왔지만 현재는 당권파를 지탱해준 구 민노당계가 분화된 상황이어서 오히려 당내 소수로 밀려날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당권파가 알아서 당을 떠나 준다면 '불감청 고소원'인 것이다.

비당권파 측으로서도 먼저 당을 떠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선택 방안이다.과거 한차례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던 선례가 있지만 그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또 비당권파가 탈당할 경우, 그야말로 경선 부정의 원인을 제공한 당권파에게 '독상'을 차려줘서 결과적으로 당권파의 의도에 말려들고 만다는 것이 비당권파의 우려다.

또 비당권파는 탈당하게 되면 2~3석 정도의 지역구 의원으로 원내 세력이 급속히 축소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고 탈당해 신당을 만들더라도 조직적으로 현재 통합진보당내 세력의 다수를 흡수해 당권파, 즉 NL(민족해방) 세력을 사실상 고립시킬 수 있을 지도 확실치가 않다. 결국 비당권파로서는 당을 유지한 채당 쇄신을 통해 다수파를 형성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해 비당권파 측 관계자는"같이 살거나 죽는 길은 있겠지만 갈라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2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2012 제1차 중앙위원회서 공동대표 사퇴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12.5.12/뉴스1 News1 이명근 기자


이런 정치적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당권파 측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총력전에 나섰다.이정희 대표가 12일 중앙위 회의에 앞서 대표직을 사퇴하고 먼저 자리를 떠난 것이당권파측 당원들의 '물리력 동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권파 측은안간힘을 쓰고있다.


비당권파측은 사무총국 등 당 사무를 사실상 장악한 당권파가 강기갑·권영길 전 대표 등 비당권파측 '거물'들이 원내 재진입에 실패한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선동 의원을 앞세워 원내 대책도 쥐락펴락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권파 NL계역의 핵심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2번)에 대한 공세를 막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당권파가 당내 폭력사태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당권파의 속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당권파측 핵심이 비당권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게 당권파의 생각인 것이다.

한편 당내 대립이 격화되면서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대 당사자에 대한 예의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 일각에서는 조금씩 "연대 파기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연히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면서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직접적 원인이 선거부정이고, 이러한 것은 철저히 밝혀서 수습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며 "그렇다고 당대 당약속 파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민주당이 처한 상황의 난감함을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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