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대외 여건과 한국 경제

머니투데이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 | 2012.05.14 08:14

국제원유값 높은수준 유지가능성, 유럽위기·美경기회복도 '시간필요'

최근 세계경제는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 유럽 재정위기 향방, 미국경제의 회복 여부 등에 따라 경기회복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대외 여건의 향방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경제 변수다. 물가불안, 자금유출, 수출경기 등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원유가격 상승 여부를 보면 국제원유가격이 추가적으로 올라가지 않고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핵 위기 등 중동의 정정불안이 확산되면 원유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생산 관련 장비의 노후화 등으로 여유생산능력이 감소한 가운데 신흥국의 에너지 소비까지 증가하면 원유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유럽발 재정위기는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하락, 스페인 재정우려 등 유럽 중심국으로의 전이위험까지 제기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신재정협약을 통해 재정적자 3%, 정부부채 60% 기준을 엄격히 지키도록 했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및 유럽안정화기구(ESM)는 구제기금을 확충해 유럽의 위기 대응기구의 역량을 강화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은행권의 부실위험이 감소하고 경기위축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 중 많은 나라들의 대외수지가 악화되고 있으나, 환율변동을 통한 조절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 대외수지 조절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 유로존이라는 통화동맹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금융정책이 됐다. 또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다르고 각국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경제 및 금융 충격에 대해 동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유럽 자금의 흐름은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외국인 보유액은 2011년 말 기준으로 342조 원이고 이 중 유럽계 투자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8.1%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총 외국인 보유 규모는 83조 원이고 이 중 유럽계 투자 비중은 27.1%다.


셋째, 미국경제의 회복 가능성 여부다. 소비 부문에서 소매판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올해 4월 76.4로 최근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어 향후 소비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산업 측면에서는 공급자협회(ISM)의 제조업지수가 기준점을 50이상을 상회하며 상승하고 있어 제조업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밝다. 고용시장에서는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개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재정적자 누증으로 인해 긴축재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세가 전망된다. 향후 재정여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것이다. 또한 자산소득의 주요 부문인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은 올해 2월 현재 금융위기 이전 최고가 대비 35%나 하락했고, 기존주택 판매도 부진세를 보여 급격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계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말 기준 29.4%이고, 채권시장에서는 19.7%다.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 등 대외 여건의 향방에 대비하여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발 여건 변화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여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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