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2012.05.11 09:21

[노엘라의 초콜릿박스]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스승이 알며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
연주자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나 역시도 연습을 좀 소홀히 한 뒤에는 무대에서 바로 긴장을 한다. ‘관객이 진짜 알면 어떡하지’란 마음과 함께. 평생 연습을 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연주자라면 모두 공감할 테다.

때론 ‘내가 왜 이러고 사나’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어릴 때는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재미있고 보람되어 연습하는 맛이 났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기교면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때가 되니 이제는 재미보다는 의무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연습을 통해 음악적으로는 더욱 성숙된 연주를 할 수 있겠지만 테크닉적인 면에서는 성장을 기대하기 보다는 퇴보를 막기 위한 몸부림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인내하고 노력한 결과는 바로 좋은 소리이고 이로 인한 만족과 행복이다.

힘들다고 연습을 쉬게 되면 점점 좋은 소리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너무 오래 쉬어버리면 다시 예전의 악기와의 관계로 돌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심지어 다시 돌아가는 용기가 부족해 평생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종종 악기를 사랑하는 사람에 비유한다. 그래서 악기를 고를 때도 신중하고 악기의 상태도 꾸준히 체크한다. 공간의 온도와 습도는 적절한지, 줄이 너무 오래되진 않았는지, 활이 너무 조여지진 않았는지 늘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렇게 나의 작은 움직임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악기다. 너무 과하게 힘을 주어서도 안되고 너무 힘을 빼서도 안되며 그 악기가 가진 최고의 소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연주자들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때론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배신감도 느끼고 뜻하는 대로 소리 내어 주지 않아 절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이해하다 보면 어느새 악기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문득 악기와 관계를 맺어간다는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는 그것과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다. 마치 오랫동안 악기를 잡지 않아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잊은 사람처럼.

내가 주저하는 그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지를 알기에, 또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으로 되돌아 올 것인지를 알기에 나는 한동안 꺼내지 못했던 그 말을 다시 연습하려 한다. 너무 오래 쉬어 다시는 꺼내지 못하는 말이 되기 전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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