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항시도 저축銀회장 30년전에도..

머니투데이 박재범·박종진 기자 | 2012.05.06 15:29

'가짜 서울법대생' 사건 주인공… 사업수완 좋아 성공했지만 결국 '퇴출'

#1981년 서울의 한 예식장. 장래가 촉망받는 서울대 법대생이 결혼식을 치렀다. 주인공은 복학생으로서 활발한 교내 활동을 펼쳐 당시 법대 내 최고의 마당발이자 든든한 형님으로 알려진 인물. 주례는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섰고 서울대 재학생 상당수가 참석해 성대하게 피로연까지 마쳤다.

그러나 그는 '가짜 서울대 법대생'이였다. 서울대 법대는커녕 대학 문턱도 못 가본 사람이었다. 타고난 언변과 사교성으로 수년간 모두를 감쪽같이 속였다. 나중에 전모가 드러났지만 과대표까지 맡았던 학생이 가짜라는 사실에 동료들조차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결혼식 주례를 맡았던 교수는 충격으로 평생 주례를 맡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이다. 이 사건은 어느덧 세월에 묻혀 잊혀져갔다.

#2012년 5월4일 서해의 한 항구. 해경이 작은 배에 몰래 숨어 중국으로 밀항하려던 '회장님'을 붙잡았다. 당국의 영업정지 조치를 눈앞에 둔 저축은행 회장이었다. 지난해부터 20개 저축은행이 퇴출됐지만 대주주가 밀항까지 시도한건 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회삿돈 200억원까지 빼내 달아나려했다.

30여년전 '가짜 서울대 법대생'이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회장이 바로 그 옛날 가짜 법대생이다. 그는 서울대생이 아닌 게 들통 난 이후에도 '동문'들에게 연락을 하고 지냈다. 그와 학창시절을 보낸 한 지인은 "넉살좋고 대외 활동력과 사업수완이 뛰어났다"고 회고했다.

이후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노하우도 쌓였고 인맥도 더 넓어졌다. 마침내 채석장 개발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번다. 이 돈을 밑천으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빌딩을 사기에 이른다. 서울대 법대 출신 한 인사는 "그즈음 법조계에 있는 옛 친구들한테 자기 건물에 사무실을 내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내 닥친 IMF외환위기는 그도 비켜가지 못했다. 결국 빌딩 등을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이때 시작한 게 저축은행이다. 제주도에 기반을 둔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때마침 상호신용금고는 저축은행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사업도 급속도로 번창했다. 1999년 인수한 후 13년 만에 자산 2조원, 업계 10위 규모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키웠다.

하지만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부실이 있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무려 3177억원이나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 대출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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