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입맛대로 해석한 OECD 도시정책보고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2.05.02 06:46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도시정책보고서' 발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보고서 발표를 위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의 기자회견도 마련했다.

OECD가 한국의 도시정책을 연구한 첫 사례라고 한다. 보고서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우리나라 도시정책을 분석했다. 영문 원본은 150쪽을 넘고 한글 요약본도 43쪽으로 두툼하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런 OECD 보고서를 입맛대로 해석해 홍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국토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OECD, 녹색성장은 한국을 배워라'다.

 물론 도시정책 측면에서 녹색성장은 중요한 부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도자료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OECD는 한국이 종합적으로 녹색성장정책을 시도한 첫번째 국가로 4대강사업, 고속철도사업 등 녹색뉴딜정책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OECD에서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OECD 보고서를 함축해야 할 첫 문장으로 '4대강사업 등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내용을 뽑은 것이다. 서민주거불안이 여전하고 뉴타운 등 기존 도시재정비 사업의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현실에 비춰보면 엉뚱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요약본을 뒤져보니 이 내용이 앞부분에 나와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의 거시경제적 변화를 소개한 것일 뿐 본문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 OECD 보고서는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도시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GDP(국내총생산)의 48.7%, 인구의 49%를 차지하고 서울은 GDP의 24.1%, 인구의 20.5%를 점유했다. 그리스의 아테네,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제외하면 90개 OECD 대도시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수도권 집중으로 비수도권 대도시의 연구·개발에 대한 총지출은 2% 미만일 정도로 지역불균형이 크다고 OECD는 지적했다. 또 빠른 도시화율과 고령화로 인해 도시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보고서는 도시정책을 펴는 데 참고하라고 만든 것일 텐데 정부의 자화자찬용 홍보수단으로 활용한 것 같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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