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수박이? '이 회사' 없으면 구경도 못해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2.04.30 06:18

[생활속 주식]농우바이오, '배추도사·무도사의 종자한류'

편집자주 | 돈 많은 부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의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흘려버릴 것도 그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생활을 하다보면 주식과 관련된 일들이 하루에도 무수히 일어난다. 그러나 이를 투자로 연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생주(生株) 토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주식투자의 연결고리를 찾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이고추, 농우바이오 히트작
#.토요일 오후, 집 근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초여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과일코너엔 수박과 참외가 한 무더기 쌓여있다.

수박에는 '스피드꿀수박'이란 딱지가 붙었다. 지난해 이맘때, 임신으로 입맛이 없어 자주 먹던 브랜드라 익숙하다. 맛 좋기로 소문난 성주참외에 붙어있는 '오복꿀참외'라는 상표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제철 가격의 2~3배 이상 비싼데도 수박과 참외를 사는 사람이 많았다.

채소코너에선 남편이 좋아하는 오이고추 한 팩을 카트에 담았다. 오이고추는 맵지 않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2~3년전부터 노란방울토마토, 오이고추 같은 개성만점 채소가 많아진 것 같다.

장마구니 가득 과일과 채소를 담았는데, 다수의 상품들이 한 코스닥 상장사의 '씨앗'으로 생산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농우바이오 종자로 만들어진 '스피드꿀수박'
◇수박으로 '대박', 초여름 점유율 90%='스피드 꿀수박'은 국내 종자회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농우바이오의 대표 상품이다. 초여름인 5월부터 7월까지 판매되는 수박 중 열의 아홉은 이 회사 씨앗으로 만들어졌다.

'스피드'라는 이름은 장마가 끝난 뒤 나오는 노지 수박보다 빨리 나오는 '촉성용'이라 붙여졌다. 가격은 노지 수박보다 2배 이상 비싸지만 맛과 품질 면에서는 월등히 낫다다보니 농부들이 농우바이오 씨앗을 찾고 있다.

판매 단가가 비싸 회사 수익에도 작지 않은 기여를 한다. 농우바이오에서 스피드꿀수박을 포함한 전체 수박 매출액은 지난해 65억원으로 전체 매출(556억원)의 11.6%를 차지했다.

'오복꿀참외'도 히트작. 맛 좋기로 입소문 난 성주꿀참외의 60% 가량이 이 회사 종자로 생산된다. 초여름 참외 열개 중 여섯 개가 이 회사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 참외 매출액은 30억원에 달했다.

오이고추와 간장에 절여 먹는 아삭이고추는 3년여 전 첫 선을 보인 후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고추는 농우바이오 매출의 가장 큰 비중(매출액 116억원, 20.8%)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20.6%의 매출 성장률이 기대된다.

이 밖에 당근, 오이, 양파 등 다양한 채소 종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모든 품목이 국내 시장 점유율 20~30%를 웃돈다. 지난 2008년 총 매출액 400억원을 달성했고, 2010년 485억원, 2011년 556억원에 이어 올해는 603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종자시장에서 농우바이오 점유율은 25%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10년 국내 채소종자의 수출규모는 총 2000만달러인데 이중 절반(1000만달러)이 농우바이오 수출 실적으로 잡혔다.


◇배추도사·무도사, 종자전쟁 '판정승'=경기도 여주 가남면, 낡은 작업복에 허름한 밀짚모자를 쓴 얼굴빛 까만 농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우바이오 여주 육종연구소를 찾은 본사 직원들이 종종 그저 평범한 농부라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란 적이 많다고 한다.

알고 보면 채소 분야만 10년 넘게 판 박사들이다. 박사들은 서로를 '배추도사', '무도사'라고 부른다. 농우바이오의 연구 인력은 종자연구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54명의 연구인력 중 12명이 박사고, 연구 인력의 54%가 10년 이상 장기 근무자다.


게다가 연구개발(R&D)에 쏟는 비용이 웬만한 제약사를 뛰어 넘는다. 2008년 이후 5년 동안 343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 65억원~7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중 14.8%가 개발비로 든 셈이다.

종자 분야는 한두 해 승부로 끝날 산업이 아니다. 신품종 개발을 위해선 적어도 5년~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막상 종자를 개발해도 농부들이 씨앗을 심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상품으로 팔려나가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농우바이오가 종자 전쟁에서 '판정승'을 얻은 것은 바로 꾸준한 R&D 투자 덕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종묘회사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팔렸다. 중국시장 점령을 위한 교두보로 국내 시장을 먼저 잠식한 것.

몬산토코리아, 센젠타종묘, 코레곤 등 외국계 회사들은 그러나 연구개발보다는 연구용 토지 매각 등으로 투자금 회수에 주력했다. 그동안 농우바이오는 2008년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외국계 기업에서 이탈한 우수한 인력들이 처우가 좋은 농우바이오로 몰려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종자 한류시대, 주가는 부담스럽지만=농우바이오는 일찌감치 '종자한류'를 추진했다. 1994년 다국적 기업보다 한 발 앞서 중국 현지법인인 세농종묘를 설립했다. 이어 1997년 인도네시아, 1999년 미국, 2007년 인도에서도 현지법인을 세워 현지화에 박차를 가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채소를 개발하기 위해선 국내용 종자가 아닌 현지용 종자 개발은 필수다. 짧지 않은 기간 현지화에 힘을 쏟은 결과 최근 해외 매출이 급성장 중이다.

지난 2010년 115억원에서 2011년 15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약 166억원이 기대된다. 중국법인의 경우 2010년 매출액이 29.5% 증가했고, 2011년에는 무려 37.1% 급증했다. 올해 해외 매출액 중 27.4% 가량이 중국에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재래종 비중이 90% 이상 높지만 교배종(사서 쓰는 씨앗)으로 급속히 전환 중"이라며 "소득수준 향상과 웰빙트렌드로 채소종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향후 연평균 20%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우바이오 시가총액은 1995억원(27일 기준)으로,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애그플레이션과 4대강 테마주로 묶이면서 잠시 '롤러코스터'를 타긴 했지만 2009년 말 9290원, 2010년 말 1만950원, 2011년말 1만3250원에서 지난 27일 1만3950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대주주 및 관계자 지분율(64.19%)이 높은 탓에 유통물량이 많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주가수익배율(PER) 13배로 상장사 평균치 대비 20% 가량 높아 '비싸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종사회사 특성상 매출이 1분기에 집중돼 '계절성'도 무시 못한다.

농우바이오는 최대주주 배당을 일반 주주 대비 50원 낮게 책정,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2010년 농업법인 전환으로 농업소득 관련 법인세가 영구히 면제되고, 개인 투자자도 덩달아 배당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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