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가 피아노학원을 다닌 것은 1년 남짓.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학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6살짜리 아이가 시내 길을 걸어 다니다가 사고가 나거나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도 앞섰다. 그러다보니 학원장님이나 선생님이 아파트 단지 안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학원차에 올라탔다. 음력 설 다음의 첫 수업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까지 왔을 땐 차 안에는 지우만 있었다. "원장님 안녕히 가세요." 지우는 아파트 앞에 잠시 멈춘 차에서 내리며 운전대에 앉아 있는 원장선생님께 인사하고 차 문을 닫았다. 원장선생님은 운전석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때였다. 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던 지우는 눈이 미처 녹지 않은 빙판을 밟아 미끄러졌다.
"아야." 길 위에서 미끄러진 지우가 인도에서 차도로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원장선생님은 지우가 보이지 않자 아파트로 들어간 줄 알고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차 시동이 켜져 있던 터라 지우의 소리가 잘 안 들린 모양이었다. 차도에 쓰러져 있던 지우도 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학원차는 바로 일어서지 못한 지우를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뒤늦게 구급차를 부른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지우는 결국 숨을 거뒀다.
#장면2 태권도장에 다니는 윤승재군(가명·11·남)은 도복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승합차에 올라탔다. 승재는 평소처럼 차 안에서 아이들과 "무쇠 주먹"을 외치며 시끌시끌하게 떠들었다. 운전하는 태권도 관장님 말고는 뒤에서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따로 없었다.
해가 져 어둑어둑해진 저녁 8시경, 집 앞에 차가 멈추자 승재는 내렸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관장님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차 문을 닫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승재의 태권도 도복이 차 문에 끼었다. "어~어~" 차가 출발하자 승재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차 문에 낀 옷은 승재가 아무리 버둥거려도 빠지지 않았다. 운전석의 관장님은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급하게 출발했다. 승재는 차 문에 태권도복이 낀 채 아파트 정문부터 도로까지 80여m를 끌려가다가 사망했다.
우리나라 어린이 사망원인 1순위는 안전사고다. 그 중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45.7%, 2010년 통계청 자료 기준)에 가깝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의 경우 10건 가운데 4건 이상이 하교시간 대인 오후 2~6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선 학원 등 차량운전 기관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대응책이 통학버스와 학원 승합차 안전사고 예방에 집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안부는 우선 지난해말 관련법(도로교통법 제53조2) 개정을 통해 통학차량의 운전자가 어린이의 승·하차를 직접 내려 확인토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7만원(승합차 기준)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또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0조 제3항에 따라 어린이 운송용 승합차에 ‘광각실외후사경’을 부착했는지 여부도 단속 중이며, 미부착 차량엔 3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여기에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은 물론 학원이나 태권도장 등에서 운영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등록해 운영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경찰서에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어린이 통학버스'는 종합보험에 가입이 되는 등 혜택이 주어진다. 9인승 이상 차량이고 노란색인 어린이 통학버스는 좌석안전띠도 어린이의 신체구조에 적합하게 조절될 수 있어야 하며, 승강구의 1단 발판 높이는 30㎝이하면서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자동차에 기본으로 장착된 등화 외에 분당 60~120회 깜빡이는 적색과 황색 표시등을 전면에 2개, 후면에 2개씩 장착해야 하고,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부모들의 꼼꼼한 확인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다닐 학원에서 승합차 안전 사항과 운전 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 미리 확인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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