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한국 엄마와 영국 엄마의 육아법

머니투데이 이서경 한서중앙병원장(소아정신과 전문의) | 2012.04.28 09:50

[이서경의 행복한아이 프로젝트]

한 방송에서 9세 된 아이를 둔 우리나라 가정과 영국 가정의 아침 풍경을 비교해서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엄마가 아이를 깨우고 옷을 골라서 입혀준다. 아이가 입맛이 없다고 하자 엄마가 밥을 떠먹여준다. 가방은 잘 챙겼는지, 준비물 목록을 보며 엄마가 확인을 한다. 밥을 먹는 동안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고 시간이 없자 엄마가 이도 대신 닦아준다. 한국의 엄마는 아침에 바쁘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아이가 혼자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 혼자 입을 옷을 고르고 입는다. 가방도 스스로 챙긴다. 엄마는 동생을 보살피느라 방에 들어와 보지도 않는다. 아침 식탁에서도 밥도 스스로 먹고 머리도 스스로 빗는다. 학교에 늦지 않게 준비하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엄마는 재촉만 할 따름이다.

영국 아이의 엄나는 "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로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독립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스스로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어느 대한민국 엄마가 저런 멘트를 한다면,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엄마가 너무 차가운 거 아냐? 독하네!"라는 반응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를 위해서 엄마가 챙겨주고 아이가 어려워하는 것을 대신 해 주는 것이 뭐가 잘못됐죠?" 이렇게 묻는 엄마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엄마들은 아이의 심리적인 발달에 따른 엄마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0~1세의 영아기에는 엄마가 보호자로서 먹고, 씻고, 재우고, 놀고 하는 모든 활동을 대신해서 해줘야만 한다. 어느 것 하나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1~3세의 걸음마기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기 때문에 영아기처럼 모든 것을 해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많은 부분을 도와주는 양육자 역할을 해야 한다.

3~7세의 유아기에는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엄마가 사회적인 규칙이나 규범 등을 가르치고 기본적인 습득을 도와주는 훈육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7~12세의 학령기가 되면 이제는 가르쳐주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나 또래관계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게 격려해주고 힌트를 주는 격려자의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12~20세의 청소년기에는 인생의 갖가지 고민이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의 상담자 역할을 해주어야 하고, 20세가 넘어선 성인기 이후에는 엄마는 인생을 같이 살아 나가는 동반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에 맞게 자신의 엄마 역할의 옷을 갈아입을 줄 아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즉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엄마 자신도 심리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령기나 청소년기에도 유아기나 영아기처럼 훈육 또는 양육을 하려고 하면 아이가 반항을 하거나 자율적인 아이가 되지 못하는 등 아이와의 관계가 어긋날 수도 있다.

엄마는 "챙겨준다"는 생각으로 당연한 엄마의 역할이자 권리라고 여기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나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간섭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것이 아이와의 사이에서 문제가 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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