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졸 채용은 생색내기?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2.04.24 10:57

[머니위크]올해도 채용 늘었지만 매년 2만명 취업문 아직

"고졸 출신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스스로 위축됐었어요. 지금은 업무가 많이 익숙해져 어려움이 덜한 편이죠."
 
지난해 처음으로 고졸자로 취업의 기회를 얻은 지효영 기업은행 석암지점 계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7월, 기업은행에 입사한 그는 모교인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의 스타가 됐다. 고졸 출신으로 은행에 입사한 것이 학교와 지역의 자랑이자, 후배들에게는 본보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 계장은 입사 초반에는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경험하지 못한 사회생활과 어린 나이로 인해 고객을 응대하다 실수를 했다. 또 인천여상에서 금융정보학을 전공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업무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업무에 익숙해지고 점차 어려움도 없어졌다. 기업은행의 업무멘토제와 인생멘토제 덕분이다. 지 계장은 "지점 선배인 업무멘토가 하나하나 일을 가르쳐 줘 금세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며 "고졸이어도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졸 채용을 독려한 지 1년. 올 상반기 은행들의 취업시장에도 역시 고졸 채용이 눈에 띈다.
 


특히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는 최대규모인 200명을 우리창구(빠른 창구) 전담 텔러행원으로 선발했다. 이번 채용에서는 고졸인력 실업해소를 위해 전국의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했고 특히 전체 채용인원 중 남학생도 30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우리창구전담 신입행원'은 계약직이지만, 2년 후 은행기준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방침이다. 정규직 전환채용 후에는 대학 진학 시 학자금 지원 등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농협도 지난해 33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고졸 채용인원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인 50명 내외의 채용을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은 고졸자도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일반 신입행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7명을 선발했던 채용인원을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상반기 안에 110명을 채용하고, 추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기업은행 내부에는 50% 이상이 고졸 출신"이라며 "고졸 채용은 다양한 세대의 고객을 겨냥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고졸 채용은 대부분 비정규직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출발선부터 다르고 사측도 이들에 대한 교육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도 많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에서만 고졸 취업문을 열고 있어 고졸자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75개 특성화고교에서 매년 2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문은 극히 좁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졸 채용은 사회적으로 실업자 해결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며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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