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앞을 지키던 한씨 포장마차는 지난달 11일 오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씨 노점 근처에서 10년째 노점을 함께 운영하던 이모씨(56)는 "소방서는 (한씨 포장마차) 재산피해액수를 150만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질적으로 3㎡짜리 포장마차를 만들려면 300만원 이상 든다"며 "지난 화재로 한씨 외에도 노점상 세 곳이 피해를 입었으니 다시 복원하려면 집기류 등 1000만원 넘게 든다"고 말했다.
화재가 일어난 후 한씨는 밥알을 넘기지도 못했다고 했다. 한씨는 '홀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뇌졸중을 앓고 있는 70대 남편과 지적장애인 아들이 있다"며 "30년 넘게 밥벌이로 의지했던 전부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밥을 먹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씨가 당장 장사를 하지 못하자 생계가 곤란해졌다. 게다가 동대문구청이 불탄 노점상 자리에 화단을 심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다시 포장마차를 지으려면 최소 300만원 이상 필요했지만 한 푼도 없던 한씨는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한씨 등은 노점상 자리를 지키며 서명을 받았다. 한씨는 "주변에 있는 경희대와 외대, 시립대 학생들이 도와줬다"며 "우리 노점을 이용했던 낯익은 학생들이 나서서 서명했다"고 말했다. 회기역 앞 한씨 노점상을 그리워한 5000명은 노점 복원을 지지하는 서명을 남겼다.
한씨를 비롯해 화마가 삼킨 포장마차는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복구할 수 있었다. 그는 하루에 폐지를 주워 모은 돈과 전국노점상총연합 등 주변 도움을 받아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지난 17일 무료시식회를 열었다.
한씨는 "그동안 언제 구청에서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했는데 노점상 구색이 갖춰지니 발 뻗고 자겠다"며 "새벽에는 돼지와 말이 나오는 꿈을 꿨는데 돈 많이 벌고 부자 될 꿈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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