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금통위 인선을 보고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2012.04.17 16:15
지난 13일 새로운 금융통화위원으로 학계에서 2명, 공직과 재계에서 각 1명씩이 추천됐다. 당장 한국은행 노조에서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서약을 촉구했고 언론들의 평도 그리 호의적인 것 같지는 않다.

한 국가의 거시경제정책은 크게 재정, 통화 및 환율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정책중 미국은 상대적으로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70년대말 스태그플레이션에 맞서 당시 연준의장인 볼커는 20%에 육박하는 초고금리 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을 잠재웠고 볼커로부터 의장직을 넘겨받은 그린스펀은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금리정책으로 'Great moderation'으로 명칭된 장기간의 경제안정기를 견인했다. 반면 2000년대 중반 IT버블 붕괴에 맞서 1%까지 내린 초저금리정책의 후유증으로 서브프라임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의 항로를 결정하는 경제대통령은 연준의장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그 영향력은 크다.

금통위는 문자 그대로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정책결정기구다. 일곱명의 위원 중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면 다섯명의 위원이 있다. 바람직한 조합으로는 학계 및 금융계 인사를 중심으로 실무와 이론 공히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매파와 비둘기파가 적절한 비율로 배분되어 상호견제를 해야 한다.

현 정권들어 금통위의 존재감은 사실상 실종됐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경제수석을 지낸 총재의 경력으로 중립성 시비가 일더니 금통위 위원 개개인의 면면마저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드물었고 전문성 역시 도마위에 올랐다. 일부 위원들은 전공마저 통화정책과 관계없는 인사들로 채워져 무성한 뒷말이 있었다. 그런데 신임 금통위 위원 역시 약간은 개선됐다지만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특히나 금융실무전문가의 부재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역대 어느 정권이나 자신들의 인사를 금통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 전공이나 경력이라도 구색을 맞췄는데 현 정권은 이런면에서마저 후퇴했고 심지어 한자리는 일년 넘게 공석으로 비워 놓았다.


지난해 6월 우리의 금통위에 해당하는 미국 연준 FOMC의 이사 후보로 오바마가 세 번이나 추천한 MIT 경제학과의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가 1년만에 후보에서 사퇴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노동경제학 분야의 최고 대가이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공이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다. 최근 FOMC의 신임 이사는 주로 연준의 지역 대표가 맡는 추세다. 금융위기 이후 지역 은행들의 현안을 대변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런 와중에 결국 노벨상 수상자마저 전공문제로 낙마한 것이다.

FOMC에서 위원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시장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둔다.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개별적 책임 및 소수의견의 중시 차원에서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실명으로 즉시 공개한다. 더불어 위원들 개개인이 순회강연 및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독립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학계와 언론의 송곳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경우 해당 위원은 좀비로 전락하고 나아가 통화정책 당국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애초에 해박한 이론과 실무감각을 겸비한 후보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우리 금통위원은 괘종시계속의 뻐꾸기처럼 한국은행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숨어 한 달에 한번 금리결정을 할때만 얼굴을 내미는 존재로 전락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명단계에서 다른 나라처럼 국회의 동의절차를 통해 자질 검증을 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의사록의 실명제 및 위원 개인들이 적극적 대외활동을 통해 금통위와 시장간 소통을 원활히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채권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로서의 역할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역할을 통해 통화당국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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