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세이]부동산 많으면 투기꾼?

머니투데이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 2012.04.13 08:26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
 요즘 같은 선거철이 되면 자주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정치인의 재산현황이다. 그중에서도 표적대상 1호는 부동산이다.

상대 당은 경쟁 후보의 부동산 보유현황을 낱낱이 해부해 투기의혹, 위장전입, 탈세 등의 사실이 드러나면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이 때문에 능력은 뛰어난데 청문회나 언론의 뭇매를 맞아 고위직을 놓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일단 부동산이 많은 사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과연 부동산이 많은 자를 지탄하는 풍조가 바람직한가.

 영어로 부동산을 'Real Estate'라고 한다. 라틴어로 Estate의 어원이 'Status'(신분)이니까 이를 직역하면 '진정한 신분'이 된다고 한다. 또 Real과 Estate는 각각 왕족과 땅을 의미하기 때문에 '왕족의 토지'라고도 한다. 중세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훌륭한 지휘자에게 토지를 하사했다. 정확한 어원이 어떻든 부동산은 나쁜 의미보다 고귀한 신분의 상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동일한 부동산 행위에 대해서도 환경에 따라 선악(?)이 바뀐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다주택자에게 중과세를 부과했다. 반면 최근과 같은 침체기에는 오히려 부동산을 많이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도록 권장한다.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개발하는 데는 큰 위험이 동반된다. 침체기에는 보유만 해도 손실이 따른다.


 최근 건설업체 부실도 이에 기인한다. 부동산을 잘 관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개인의 부동산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의 부동산을 개발하고 관리할 것인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평등한 토지권을 전제했지만 부동산은 활용하고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해당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학문적으로는 부동산의 인문적 특성 중 하나로 용도의 다양성을 꼽는다. 전문성을 가지고 최유효사용의 용도를 모색할 경우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흑백논리로 배척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투기와 투자는 구분해야 한다. 가격 상승만을 노린 보유행위는 투기적인 성격이 있을지 몰라도 전문성을 발휘해 부동산을 개발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국민경제 측면에서 장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취득과정만 투명하다면 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