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성공요소 다섯가지중 남은 두가지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2.04.09 05:58

[마켓로드]아이디어+창업+투자, 그리고 두가지 더

지난주 '모바일 메신저 국민앱’인 카카오가 글로벌 모바일플랫폼사업 강화와 모바일게임사업 추진을 위해 거액의 투자자금(약 920억원)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드러난 카카오 회사가치는 약 5800억원으로, 국내 2위 인터넷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시가총액(약 1조6000억원)의 36%에 달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아직 매출 18억원(2011년기준)에 불과하고 적자(순손실 153억원)를 탈피하지 못한 회사 설립 4년 미만의 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20억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가 가능했던 것은 카카오가 가진 성장성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50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카카오가 충분히 모바일게임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 또 다른 이들은 카카오가 과연 과거 싸이월드의 전철을 밟지 않고 미국의 페이스북 혹은 트위터 같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하이테크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품고 있다. ( 관련기사: 누가 싸이월드를 죽였나)

실리콘 밸리라는 이름을 낫게 한 벤처기업의 원조 인텔(Intel)의 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와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 신생 인텔에 투자한 벤처 캐피탈리스트 아서 락(Arthur Rock)는 카카오와 같은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5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모바일메신저 국민앱'으로 불리는 카카오는 그 중 3가지 필수요소를 갖췄지만 아직도 2가지 요소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무어는 '무어의 법칙(반도체칩위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매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으로 유명한 인텔의 창업자이고, 그로브는 80년대 후반 인텔의 CEO에 올라 인텔의 성공을 이끈 전설적인 경영자이다. 락은 신생기업 인텔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벤처캐피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이다.

이들은 신생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먼저 세 가지의 필수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뛰어난 과학자'(brilliant scientists)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모험을 무릅쓰고 회사를 '창업'(entrepreneurs)해야 하며, 셋째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venture capitalists)의 존재다.

카카오를 살펴보면 이미 이 세가지 필수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 카카오톡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린 김범수 전 대표가 있고, 아이디어를 대기업에 팔아 쉽게 돈을 버는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회사를 창업했으며, 이런 아이디어의 기발함을 보고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벤처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1세대인 무어와 그로브, 락은 이 세가지만으로는 신생 벤처기업이 인텔이나 애플처럼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락은 벤처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네번째 요소로 '주식 옵션'(stock option) 제도를 든다. 그러나 주식 옵션 제도는 상급경영진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 모두에게 주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락은 "1960년대말 이런 의견을 제시했을 때 자본주의에 반하는 ‘좌파 사회주의 제도’라고 비난 받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인텔의 경영진은 이런 혁신적인 의견을 과감히 받아 들였고, 기업 성장의 혜택이 최고 상급경영진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에게 전부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아직까지도 주식 옵션 제도는 대부분 상급경영진에게만 부여된 혜택으로 남아 있는데, 벤처기업의 경영진과 벤처캐피탈리스트 모두 이에 대해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락은 강조한다.

그리고 벤처가 살아 남기 위한 마지막 필수 요소는 다름아닌 '먹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로브는 "인텔은 (짧은 인기를 좇는 제품보다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업"이라며, "요즘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오로지 빨리 돈을 버는 일에만 집착한다"고 꼬집는다. 특히 그는 처음부터 '투자금 회수 전략(exit strategy)'을 생각하는 요즘의 실리콘밸리 풍토에 역겨움을 감추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벤처 창업가와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오로지 언제 기업상장(IPO)을 통해 빨리 부자가 되거나 또는 투자금을 회수할 것인지만 고민한다"는 것이 그는 한탄이다. 인텔은 상장하는 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무어와 고든은 인텔은 다른 벤처기업들이 갖지 못한 두 가지 필수 요소를 더 갖고 있었기에 40년이 넘게 생존할 수 있었다며, "1960년대말 반도체 산업분야에 인텔을 비롯해 약 50여개의 벤처기업이 함께 시작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 오직 인텔만이 살아남았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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