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꿈을 잡고' 일어서는 장애우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4.14 11:31

[머니위크연중기획]함께 맞는 비/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 한국마사회

"에티오피아 커피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하얀 유니폼에 까만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학생이 자신이 직접 내린 원두커피를 강사들에게 배달하며 또박또박 소개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도우미 교사들과 바리스타 전문 강사는 그저 흐뭇한 표정이다.

지난 3일 찾은 한국마사회 의정부지점. 학생 10여명이 모여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강사의 지시에 따라 진지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새로운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앞 사람이 커피를 따르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강사의 말을 꼭꼭 주워 담는다.

이곳은 다름 아닌 한국마사회와 경기도가 준비한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의 교육현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마사회와 경기도가 의기투합해 지난달 22일부터 KRA 의정부 장외발매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애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다. 현재 의정부지점에 1호점 교육센터를 개소한 뒤 장애청년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제 수업을 시작한지 열흘 남짓. 20대부터 30대까지 이곳 학생들은 자폐나 다운증후군 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취직을 하고 싶었지만 세상의 선입견 때문에 문턱에서 좌절했던 경험도 여러번. 그런 이들이 바리스타라는 새로운 꿈을 꾸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도우미 교사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되니까 얼굴에 자신감이 생기고 태도도 성실하다"며 대견해 했다.

꿈을 잡고 프로젝트는 자칫 일회성으로 그치기 쉬운 장애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손을 잡은 사회공헌 모델이다. 전문화된 교육을 통한 전문 커피점을 확대해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한국마사회는 올해 안에 의정부, 구리, 일산, 부천 등 5개의 장외발매소에 각 1억2000만원씩 총 6억원을 투자해 전문 바리스타 교육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주 5일씩 5개월간 연간 100여명의 장애인에게 바리스타 직업교육과 직업체험을 실시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며, 교육생 모집 및 운영은 경기북부가족지원센터에서 맡게 된다.

경기도는 교육이 일자리로 연계될 수 있도록 도내 관공서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바리스타 교육 이수자를 위한 커피 전문점을 5호점까지 개설해 교육생 100여명 전원 취업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소당 4000만원의 시설비와 인테리어비용 예산도 책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비롯한 일반 매장에도 교육생 취직을 연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공공기관 커피숍으로 현재 교육 중인 학생들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테지만, 교육이 거듭될수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생들이 공공기관 커피숍을 넘어 사회로 당당하게 진출할 수 있어야 '꿈을 잡고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마사회와 경기도의 판단이다.

바리스타 교육 사업이 자리를 잡고 장애우들의 사회진출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바리스타 외에도 원예나 제과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경기도 사회복지담당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40%가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하지만 나머지는 가정이나 시설로 되돌아가 자립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장애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계기를 마련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한 대안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취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번 장애인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는 단순한 취업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공기업과 지자체가 합작한 사회공헌 모델"이라며 "앞으로 장외발매소가 위치한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사업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유미 심유진

'꿈을 잡고 프로젝트' 교육생들 
"사람들 마음 위로해주는 바리스타,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하얀 얼굴에 새침한 표정. 도도한 그의 모습에 처음엔 거리감이 들었다. 그러나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금세 그의 얼굴엔 해맑은 웃음이 번진다.

올해 26세. 한창 꿈을 꿀 나이의 심유진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울증으로 인해 대인기피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졸업 후 일반사무직으로 여러 차례 취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했고 그의 증상은 더욱 나빠졌다. 집 안에서만 지내던 그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준 것이 '꿈을 잡고 프로젝트'다.

그는 지자체 복지센터를 통해 이번 바리스타 교육에 참가하게 됐다. 장시간 진행되는 이론교육도, 기계를 다뤄야 하는 실습교육도 어렵지만 그래도 그는 "힘들지 않고 재미있다"고 거듭 말한다. 간호사를 꿈꾸며 공부했다는 그가 지금 새롭게 갖게 된 꿈은 '진맥하는 바리스타'다.

"커피를 타주며 사람들의 진맥을 해주고 싶어요. 또 내가 마음이 괴로웠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우울한 마음도 보듬어 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열심히 배워서 사람들 고민도 들어주고 진맥도 해주고 커피도 타주는 바리스타가 될 거예요."

24살 공유미 씨도 꿈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평소에도 제과제빵 기술이나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잠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었다. 정식교육과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본 솜씨기에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우등생으로 솜씨를 뽐내고 있다. 나중에 제빵기술도 함께 익혀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만들어내는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이곳에 오기 전에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일했어요. 바리스타는 아니지만 어깨 너머로 커피를 뽑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때는 상당히 힘들었지만 여기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과 커피를 함께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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