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유로 버는 그리스 국립철도, 직원 임금에만 4억유로

머니투데이 아테네(그리스)=강상규 미래연구소M소장, 최종일기자  | 2012.04.05 06:01

['유로존 극과 극' 그리스·독일을 가다③-2]기업은 과잉규제…공공은 과잉혜택

↑ 그리스는 관광업이 해운업과 더불어 핵심 산업이지만 긴축반대 시위 등으로 최근 들어 관광객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사진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 ⓒ아테네=홍봉진 기자
자유와 창의의 발상지 고대 그리스, 2500년이 흐른 지금 창의와 도전이 요체인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창의를 옭아매는 규제, 도전정신을 꺾는 나눠먹기 풍토만이 판을 칠 따름이다. 기업 환경은 최악이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소득 3만달러 수준까지 갔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스는 엄격한 노동법규로 아무리 게으른 노동자도 해고하기 힘들다. 각종 사업허가를 받는 데는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관청에 10여 차례 방문하는 것은 예삿일이라는 것이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토지규제 역시 까다로워 각종 개발사업은 늘어지기 일쑤다.

 그리스에서 농산물 온라인쇼핑몰을 창업한 포티스 안토노폴로스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창업하기까지 수십 건의 서류를 각 관청에 제출하고 각종 허가를 받았다며 간단한 회사 설립에만 10개월이 소요됐다고 털어놨다.

 30년 전 그리스로 이민해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유근길씨는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사람 하나 해고하려면 그 대가가 너무 크다"며 "일본 기업들이 그리스에 20여년 전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것은 모두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기업의 경쟁력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그랜트손톤은 36개국, 7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모아 발표한 '2010년 국제 비즈니스 보고서'에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그리스의 규제 수준은 유럽연합(EU)의 평균치인 34%보다 훨씬 높은 57%라고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그리스의 기업 규제는 영세기업만 양산, 제조업체의 약 3분의1이 10명 이하 영세업체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은 4.3%, 덴마크 6%로 10% 미만이다. 또 네덜란드는 11%, 스페인은 14%로 그리스보다 훨씬 낮다. 유럽 제조업체의 평균 생산력은 250명 이상 사업장을 100으로 본다면 10명 이하는 39에 불과하다고 맥킨지는 덧붙였다.

 공공부문의 나태와 모럴해저드도 극심하다. 그리스에는 이미 30년 전에 말라버린 코파이스호수의 물을 관리하기 위해 관청이 설립됐고, 거기에 속한 30명의 공무원에게 여전히 급여가 지급된다.

 전 재무장관 스테파노스 마노스는 "그리스 국립철도는 매년 1억유로(약 1500억원)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데 반해 직원 임금으로 4억유로(약 6000억원)를 지출한다"며 "이 비용이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철도 대신 택시를 타게 하는 게 낫다"고 한탄했다.

 '부머랭'(Boomerang)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비대해진 공공부문은 선거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점점 두꺼워져 커다란 버블이 됐다"며 "(그리스가 유조존에 가입한 후) 차입한 자금으로 적자투성이 철도사업을 운영하고 또 제대로 일도 안하는 수백 명의 공무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하나의 부패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오죽했으면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거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공무원은 추가 수당을 받는다.

 기카스 하도벨리스 유로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공공부문이 비대해져 그 비용이 GDP(국내총생산)의 절반을 넘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리스의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독일 일간지 알게마이네차이퉁의 편집자 클라우스 프랑켄버거는 "독일경제의 회복은 뼈아픈 노동개혁을 통한 국민의 희생에 바탕을 뒀는데, 그리스는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한 뒤 "그리스는 개혁을 멀리하고 오히려 공공부문을 더 비대하게 만들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 모 대기업의 그리스법인 재무담당 이사는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기 전까진 회계감사(audit)란 걸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조차 몰랐다"며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비대해지고 불투명한 공공부문은 부패의 온상이 됐다. 병원과 세무소, 건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건설부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3일 그리스의 7.4%에 해당하는 국민이 지난 한 해 공공부문 부패를 신고했으며, 공공부문에 상납한 뇌물액이 약 5억5400만유로(약 8300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코노미스트 야니스 스터나타스는 "구제자금 지원대가로 요구되는 긴축정책이 그리스의 낭비적 지출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낙후된 기업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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