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구내식당의 일반인 출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 측은 주변 식당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일반인들에 대한 역차별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청 구내식당 '소담'은 지난달 초부터 일반인들의 점심시간 출입을 금지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시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진 지 약 8개월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시가 일반인들의 식당 출입을 금지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무원들의 원활한 식사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점심시간에 일반인 이용객이 늘어나다보니 직원들이 식사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주변 식당 상인들의 반발이다. 구내식당 이용객이 늘어나자 매상이 줄어든 주변 상인들이 시에 민원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시청이 위치한 서울 서소문 근처 식당주인 A씨는 "시청 구내식당의 일반인 개방 이후 매상이 30% 가량 떨어졌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손님을 뺏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 한 관계자도 "일반인 식사 개방이후 주변 상인들이 자체 실태조사를 마치고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의 집단행동을 경고했다"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 안팎의 시각은 대부분 비판적이다. 시 25개 자치구들의 구내식당은 일반인의 점심식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주변 상인들에게 쉽게 양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각 자치구의 경우 차이는 있지만 평균 200여명의 일반인이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이용하고 있다. 양천구는 구청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계속 늘어나자 시내 자치구 중 최초로 구청 내에 별도의 실버식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경제 불황으로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구내식당을 찾는 구민들을 늘어나고 있다"며 "구청 주변 식당들의 반발이 있지만 일반인 식사를 금지시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시 고위급 간부들이 평소 구내식당 이용을 장려했다는 점에서 시의 결정이 시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박 시장은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등 시청을 찾은 내·외빈들과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의전행사도 소담에 열리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출입을 막는 것이 시민소통을 강조하는 박 시장의 시정원칙과 맞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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